지난 5일부터 한미FTA 본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졸속 추진’이라며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한미FTA 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권영길 의원·이용대 정책위의장)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FTA가 졸속으로 시작해 졸속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엉뚱하고 즉자적이며 졸속적인 한미FTA 추진을 통해 경제혼란과 국가전체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소용돌이로 내몰아 국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농민 서민의 경제·사회적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회와 행정부,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어떠한 협상의 내용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권영길 의원 대표 발의로 ‘주권존중과 약자존중의 원칙에 따른 통상협정 추진을 위한 국회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졸속’의 이유를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4대 전제조건 수용에 이어 미국이 요구한 15개의 협상의제를 전면 수용해서 협정문 초안을 입안한 것은 부실협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당은 “미국이 아무리 지적재산권, 투명성, 전자상거래 등을 의제로 요구하더라도, 득이 되지 않는 의제는 애초에 협정문에 포함하지 말아야 했다”며 “이는 우리 협상당국의 저자세 협상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당국의 협상의지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우리 정부가 특별한 공격무기도 없이 협정문을 입안하는 등 적절히 타협하고 쟁점을 회피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협상에서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인력이동’, ‘상호인정’ 등 공세적 의제와 ‘농업의 무역외적 관심사’ 등 우리에게 유리한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협정문을 구성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협정문은 이러한 공격무기를 자진 반납하고 평이한 미국식 FTA 모델을 기초로 협정문을 입안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협상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은 “정부가 발표한 한미FTA의 ‘전반적 협상목표’나 ‘분야별 협상목표’는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이익의 균형도출’이나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차별적 대우 철폐’ 등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명확한 협상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협상당국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협정문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꼽았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취합한 의견은 농수산업의 피해 우려, 제조업 업종별로 피해와 이득의 교차, 서비스업의 현행제도 유지 등의 의견이 지배적인데도, 정부는 ‘공산품의 시장접근 조기확대’, ‘서비스업의 개방’ 등 취합된 의견과 상반된 협상목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특히 서비스업을 포괄적 개방방식(negative 또는 NAFTA 방식)으로 협정문을 입안했다”며 “도대체 무슨 의견을 취합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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