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선거에서 광역비례 정당득표 12%(210만표)를 기록했다. 광역의원 15명과 기초의원 66명 등 모두 81명의 당선자를 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선자 44명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으로 울산 동구와 북구청장 자리를 한나라당에게 내줬다. 802명의 후보 가운데 721여명이 낙선했다. 2004년 총선 때 지지율 13%에 견주면 1% 이상 하락했다. 300명의 지방공직자 배출과 정당득표 15% 확보라는 목표 달성도 실패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의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는 어떻게 봐야할까. 당 안팎에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난무하고 있다. 당은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최고위원단-의원단 워크숍을 갖고 공식 선거평가와 정국운영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역풍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2배 가까운 당선자를 냈음을 강조한다. 승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라는 평가이다. 이들은 우선 박근혜 피습사건 이후 전국을 휩쓸다시피 한 한나라당 바람을 꼽는다. 한나라당 바람이 강타하는 와중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이 정도의 득표율과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는 주장이다.

또 전국 16곳 가운데 10곳의 광역의원을 배출한 점도 ‘성과’라고 꼽는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9곳의 광역의회에 진출했다. 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서울, 인천, 경기, 광주, 전남, 전북, 울산, 경남, 경북, 충남, 충북, 제주지역에 광역의원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인천과 경북에서는 첫 광역의원을 배출했고, 광주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광역의원 자리를 빼앗겼다.

문성현 대표는 “아쉽지만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유지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차점자로서 낙선한 후보들이 많다”며 “한나라당 광풍만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선거제도가 바뀌었고 2004년 총선 후 당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이 정도 당선자와 당 지지율 밖에 기록하지 못한 점을 들어 실패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다. 또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과 ‘사표론’을 펼쳤지만 열린우리당 지지표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가져 온 표가 거의 없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전술 실패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주대환 전 정책위 의장은 지난 3일 인터넷신문 <레디앙>에 기고글에서 “이제까지 민주노동당 중앙당의 선거전술은 선거구의 사회적 구성이나 정치 성향을 가리거나 득표나 당선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타진해 보거나 현실적 목표를 세우지도 않은 채 선거만 있으면 참여하는 ‘인해전술’ 또는 ‘벌떼전술’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 대비 소득을 계산하지 않았으니 배추장수의 셈에도 미치지 못하고,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따져본 적도 없으니 손자병법과도 상관이 없다”고 일갈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도 <레디앙> 기고글에서 “민주노동당은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사실상 패배로 봐야 한다”며 “지역구도에서는 울산의 패배라는 측면에서, 전국 구도에서 보자면 열린우리당의 부진이 민주노동당 지지로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은 아직 진보세력의 대표주자 내지는 한나라당 견제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2일 의원단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서민경제 파탄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수십년동안 개발성장논리의 학습효과에만 익숙한 국민들에게 아직 서민경제를 책임지는 대안세력으로 부각될 만큼 민주노동당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이고 미래를 위해 키워나가야 할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며 “당 정체성은 유지하되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우 노원구청장 후보는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은 열린우리당을 진보개혁세력의 하나라고 인정하는 것이자 우리 스스로 차별성을 없애는 말이자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다수나 일부를 진보개혁세력의 일부로 보고 연대의 대상으로 설정할 여지를 남겨놓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이 민중의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보수정당들과 차별적인 내용을 부각시키고 민중적인 경제대안을 제대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목표 실패가 박근혜 피습 때문이라거나 서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수권정당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자기성찰이 약한 관점”이라고 비판하며 “후보들과 평당원들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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