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 철도안전법 시행을 앞두고 궤도연대가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밑불을 지피고 있다. 불씨를 살린 곳은 운전분야 노동자들이다. 지난 25일 궤도연대 운전분야 대표자들이 모여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운전분야 대표자회의는 빠른 시일 안에 전문가 집단에 개정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주기로 결정했다.

철도안전법 “안전 아닌 파업대비용”

이들이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철도안전법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이용될 공산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조항은 바로 기관사면허제 도입이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기관사면허제 도입 이유를 전문직종인 기관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대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철도청과 지하철공사 등이 인증을 주고 관리하고 있는 기관사 자격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면허증은 5년마다 갱신하도록 했고 교육훈련, 적성검사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항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게 궤도연대의 판단이다. 특히 자동차 운전면허증처럼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누구에게나 면허증을 발급해 주도록 한 것은 입법취지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실제로 철도안전법 도입초기부터 철도안전법이 파업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다. 철도안전법을 통해 대체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정부 내부 문서가 노조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탁상행정 전형…안전 위협”

또, 같은 기관사라고 하더라도 지하철과 국철은 차종도 다르고 신호체계도 다르다는 게 궤도연대의 설명이다.

한국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하철을 운전하는 전동차기관사가 철도공사의 디젤기관차를 몰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종이더라도 운행선구에 따라 체계가 또 달라 당장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궤도연대는 지적한다. 일률적으로 면허를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오랜 장기교육과 견습 승무를 통해 스스로 숙련기간을 가지는 현재 시스템을 무너뜨려 철도안전법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숙련기간을 통해 신호시스템의 변화나 선로의 변화를 몸으로 익히는 계기가 됐는데 새 법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5년 이내에 운전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교육훈련을 받은 경우 면허를 갱신할 수 있도록 해 ‘장롱면허’를 양산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노동조건 안정이 안전의 첩경

궤도연대는 이에 따라 정부에 문제 접근을 달리하라고 충고한다. 적어도 철도안전법에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철도 구조조정이 안전문제를 야기한 주범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1인승무를 강제로 시행하고 안전성보다 효율성을 앞세워 외주화를 추진하다보니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관사면허제 역시 외주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게 연대의 해석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은 실제로 노동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높이고 이는 곧바로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연구소와 부산의과대학 예방의학 및 산업의학교실이 부산지하철 노동자를 조사해보니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가 안전 및 사상사고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인승무, 외주화, 비정규직 확산, 30분 근무연장 등 구조조정에, 출퇴근이 불규칙하고 일상적으로 소음과 분진에 노출되는 등 노동환경 악화가 겹쳐졌다는 게 조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2005년 현재 부산 지하철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사상자 발생률이 3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열차가 제 시간에 출발을 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승무 노동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오게 된다”며 “승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더 빨리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운행에 문제가 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는 건강을 손상시키는 것과 더불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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