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노동공약은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행하기 힘든 공약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또 ‘선선장 후분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며, 평소 양당이 보여준 모습과는 괴리된 공약을 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5·31 지방선거에 나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노동·보건·복지·교육·여성 분야에 대한 공약을 분석해 정책보고서를 펴냈다.

열린우리당은 노동 및 고용정책과 관련해 △5% 경제성장과 일자리 40만개 창출 △비정규 보호입법 제정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지역 및 산업별 노사정대화 활성화 등을 통해 노사자치주의,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관계 선진화노력을 주요하게 내걸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사회보험 모두 적용 △법정최저임금 산별 평균노동자의 50% 점진적 달성 등을 주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일단 “모두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공약이 아니라 중앙정부 및 국회에서 입법화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지역 최저임금도입 등을 내세운 민주노동당에 비하면 사실상 지자체가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당이 양극화 해소 및 고용과 관련해 내세우고 있는 공약도 ‘선성장 후분배’ 주장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시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을 전후한 2001~2004년 동안 제조업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6.0%에서 9.4%로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5.8%에서 4.1%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기술집약적 성장동력 산업 중심의 성장전략의 성과물이 전 산업에 고루 배분되지 못하고 자본 투자에 유리한 대기업에 그 성과가 집중되었으며, 동시에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가 미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간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정책의 연장으로 파악한다면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경영난의 구조적 원인인 재벌 지배구조와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등에서 양당이 보여온 행동, 주장과는 달리 진보적인 공약들을 내놓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특수고용직 비정규직보호법안 연내 입법을 통한 노동양극화 해소 공약에 대해 민주노총은 “여당 내부에서도 ‘개악’이라고 보고 있는 비정규법안 국회통과를 예고하고 있어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노사자치주의’를 표방하는 것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긴급조정권 발동,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입법화 추진 등 노사관계 핵심사항은 노사자치를 부정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사회보험 전면적용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재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당으로 재계의 수락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저임금의 산업평균임금 50% 점진적 달성이라는 공약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법제화 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거부하고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가능성 및 의도를 의심했다.

중앙정부정책 베끼기 일관…선심성 공약 난무

열린우리당, 중앙정부 정책 베끼기식 ‘선심성 공약’ 남발


열린우리당이 보건의료분야에서 내건 주요공약은 현재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단지 ‘밥숟가락’ 하나 더 얻은 수준이다. 현재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 적용대상 확대’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암환자 등에게 초음파, PET 보험적용 및 내시경 수술재료 보험적용 △상급병실료 차액보험 적용(2007년까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2005년 6월 현재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소요재정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재정에서 9,2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보험료만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지적이다.


노인수발보험법 도입 역시 마찬가지. 열린우리당은 노인수발보험법 도입을 공약으로 밝혔으나, 이는 올해 2월 정부가 내놓은 ‘노인수발보험법’과 동일하다. 현재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로 수정돼야 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의 공약은 2008년 전체 노인의 1.7%(8만5,000명)에 불과한 매우 제한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공립 의료시설 확충 및 의료진 보강 △건강보험수가체계 개선 및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의료비경감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주요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국공립의료시설 확충이나 수가체계 개편, 의료비 경감 등의 내용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추진방안 및 재정마련 등이 언급되지 않고 있어 추진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작은정부·감세정책’과 같은 정책방향에서는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지역거점병원, 지방공사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 및 강화를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매우 꼼꼼하게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해 시군구별로 1개 이상의 공공병원을 설립해 무상예방접종, 아토피클리닉, 노인주치의제도, 노인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공공병원 부설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나서서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가정에 도우미를 파견해 맞춤형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중앙정부도 힘에 부치는 복지공약 ‘뻥뻥’


복지분야에서도 이같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주요 복지공약은 이미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재원마련에 있어서도 차등국고보조율 제도, 주민참여예산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열린우리당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다시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과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복지정책 주요공약은 대표적 선심성 공약으로 채워져 있으며, 재원마련에 대한 내용은 아예 빠져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걸고 있는 주요공약은 △기초연금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전면 개선 △선진화된 노인복지정책수립 △장애인 접근성 강화 등이다.


기초연금제만 놓고 봐도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일 뿐 아니라, 부가세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에 비춰보면 소득역진적인 제도로 복지정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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