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상애원에서 10여년 동안 치매노인의 수발을 들고 있는 박은자씨. 그는 지난 2002년 설립된 상애원노조의 위원장이다. 사실 처음에는 노조를 만들려 했던 게 아니었다. 노동자 몇명이 원장을 만나 노사협의회를 한번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던 게 의외의 계기가 됐다. 원장이 8명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생기자 변화는 엄청났다. 조합원을 제외한 직원은 1년 계약직으로 전환됐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줄였다. 물론 받아본 적은 없지만.

여전히 8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원장은 대통령이고 왕”이라는 게 박씨의 증언이다. 안전을 이유로 방마다 천장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감시했다. 강성 노조원 2명이 경찰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폭행으로 해고된 것도 CCTV의 녹화분이 증거가 됐다. 물론 2심까지 이들은 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8월에는 CCTV가 시설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대형 스크린 2개를 마련했을 뿐이다. CCTV로 감시는 계속할 테니 옷벗을 때는 스크린으로 가려도 된다는 말이다.

박은자씨는 “보건복지부나 원주시가 모른 척하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수치심을 주는 CCTV는 치울 방법이 없다”고 울부짖는다. 그는 “저임금은 견딜 수 있지만 폐쇄적인 경영과 아들의 아들로 이어지는 대물림은 참을 수 없다”며 “공공성과 공익성은 법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전 기획예산처 앞에서는 ‘참여복지의 노예, 사회복지 노동자 실태를 폭로한다’는 주제로 공공연맹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족벌 경영과 최악의 노동조건은 비단 상애원만의 일이 아니다. 한 사회복지시설 관장은 운영규정을 바꿔 장기집권을 하려다 노조의 장기 점거농성으로 좌절되자 오히려 협회 이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침으로 노동자를 최저임금 수준에 내모는 보육시설의 현실도 폭로됐다.

공공연맹은 “사회복지노동자에게 씌워진 소위 ‘천사’라는 굴레는 어려운 일을 도맡은 자들에 대한 존경의 뜻보다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요구를 비난하는 잣대”라고 말했다. 연맹은 “참여복지라는 포장 속에서 인센티브 도입, 지원 총액 동결과 사적 수익구조 창출 등 경제논리를 이식하고 있다”며 “더욱 열악해지는 노동조건은 시민이 받아야 할 복지서비스 질을 낮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을 도시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으로 인상할 것과 복지예산 확충, 민간 위탁 때 직간접 고용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침 수립 때 사회복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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