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마다 1개 이상의 공공병원을 확보하자.”,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실시하고 지하철과 통합운영하고 요금체계를 조정하자.”, “입장료, 대관료를 낮추고 무료공연을 확대하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이런 협약안을 만들어서 서울시와 담판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노동조합이 사업장 대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간 셈이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겠다는 선언이다. 화두는 공공성이다.

23일 공공연맹 서울지역 추진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협약안을 들고 시민사회단체의 분야별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열었다. 연맹은 협약안에서 △공공서비스부문의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반 구축 △공공부문의 대서울시 직접교섭 보장 △서울시 정규직 고용과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공서비스업무 민간 위탁과 외주용역 확산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지역복지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문화예술의 공공성 강화 등 모두 8개의 요구안이 들어가 있다.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노동운동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도 자체가 가진 의미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주체 간 이해상충 문제가 있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쓴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주식회사’…네트워크 구성해야

발제를 맡은 공공연맹 박준영 비정규사업부장은 서울시를 ‘서울특별주식회사’라고 비꼬았다. 마치 기업인 양 모든 부문에 효율성이라는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도 이어졌다. 그는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그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서울지역 노동·사회운동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부장은 “중소영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의존할 수 있는 힘은 지역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라며 “느슨한 수준에서라도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안정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연대는 주요한 투쟁이 시기적으로 동시에 벌어질 때 집회를 조직하는 정도로 그친 것이 사실”이라며 “공공성 쟁취와 생존권 사수를 비롯한 사회운동적인 쟁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연대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연맹의 서울지역본부 건설이 서울의 지역운동을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함께 벌여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의미 있는 시도”…“주체간 이해 상충”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노동계가 협약을 만들고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사무국장은 “대지자체 교섭요구는 개별화된 역량을 모아내고 산별적 실천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 국장은 “노동권의 확보 등은 노동자의 이해관계 뿐만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향유하는 주민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며 “노동권 보장의 문제를 공공성 확보의 문제로까지 확장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역시 이해상충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같은 사안을 두고 당사자간 고민이 다를 수 있다”며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문화연대 정책실장은 “파편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공동체성을 복원해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고 동시에 지역의 공동체 운동 또한 강화시켜야 지역의 주요한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실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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