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와 브로워드 2개 카운티에서 수작업 재개표가진행되고 있지만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간 표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고어 진영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어 후보 측은 “(유권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윤리적 우위를근거로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지만 그 것은 대외용 발언일 뿐이다.

이와 관련, 고어지지 입장을 밝힌 바있는 뉴욕 타임스는 24일 민주당 내부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법정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어 진영은 마이애미-데이드의 수작업 재개표 중단 선언과, 이를 재개하게 해달라는 민주당 측 청원이 주 대법원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고어의 한 측근은 “팜비치와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역전을 확신할 수 없다. 승부를 계속할 것인지 백기를 들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고어가 승리할 확률은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해도 10%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고어 후보로서는 수작업 재개표를 통해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면 법정투쟁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고어 진영에서는 수작업 재개표 결과가 집계되는 오는 27일 유·무효 표 논란이 벌어진 마이애미-데이드의 1만700여표를 놓고 주 법원에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겉으로야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계속적인 법률 투쟁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에서진다 해도 득표율에서 부시를 앞서 ‘사실상의 승리자’ 로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었던 고어가 이전투구의 싸움 끝에 ‘참혹한 패배자’ 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의 존 B. 브록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인들은 선거방송에 맞춰져 있던 TV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질질 끌려 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 내부의 점증하는 우려를 대변했다.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부시 진영은 고어 쪽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27일 오후 5시 승리자가 되는 것은 부시”라고 자신하는 공화당의 한 측근은 “민주당 쪽에서도 고어가 이런 교착 상태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고어 진영 내부에서도 민주당 측의 법정싸움이 곧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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