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사회 운전기사 연봉 6천1백만원' '한국통신이 1년간 접대비로 지출한 술값 19억원'.

감사원의 공기업 경영실태 감사 결과 중 일부다. 주인 없는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가늠케 하는 것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독자생존 능력이 없는 대한주택보증이나,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은 거액의 사내복지 기금을 출연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실한 공기업일수록 경영진과 직원들은 '정부가 만든 회사인 만큼 국민 세금으로 살려줄 것' 이라는 안이한 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며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을 지적했다.

정부가 4대 부문 개혁과제 중 하나로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개혁을 꼽았던 것도 이같은 비효율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1998년 1백8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중에선 국정교과서. 한국종합기술금융.대한송유관공사.남해화학 등 지금까지 22개 기업이 민영화되거나 통폐합된 것을 제외하면 아직 민영화가 마무리된 기업이 없는 상태다.

이들 22개 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노조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없었던 기업들이다.

특히 한전.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가스공사 등 소위 '민영화의 핵' 이라 할 수 있는 거대기업들은 공기업이 갖는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업돌입 초읽기에 들어간 한국전력의 경우 전력공급을 독점해오면서 부채가 무려 31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전은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부채를 갚고 제대로 된 기업으로 태어나기에는 지금과 같은 공기업 체제가 부적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KDI 남일총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 민영화는 이같은 방만한 경영을 줄이고 사회 전반적인 파이를 키우는 작업" 이라며 "그러나 구조조정 원칙이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개별 집단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금융 구조조정에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개별 경제주체들이 모두 믿고 따를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공기업 민영화를 무턱대고 밀어붙였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연천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를 너무 서둘러 밀어 붙이면 오히려 국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고 말했다.

23일 국회에서는 한전 민영화 추진의 근거가 되는 전기사업법 등 2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지적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민영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민영화이후 고용보장을 법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정부가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효과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용보장보다 일관성 있는 민영화 정책과 함께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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