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한전노조의 파업 움직임은 일단 유보되었지만 이번 한전사태를 보는 국민의 시각은 한마디로 차갑다. 국내 최대 부실공기업 한전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할 만큼 비효율과 경영불합리가 만연해 왔는데도 제대로 개혁이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과 구조조정을 개혁의 최우선 순위로 제시했을 때만 해도 국민은 이제야 공기업들이 나아지려나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공기업 분야의 핵심적 부실은 한치도 개선되지 못한 채 경영과 노조의 이기주의만 더 강화되었다.

이제 다시 제2의 구조조정 작업이 착수되었지만 눈치보기와 무사안일, 정치적 인기주의에 휩쓸려 실패로 끝난 전반기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여전히 입으로만 개혁과 구조조정을 떠들고 있고, 정치권은 여전히 나라의 운명보다는 이익단체와 노조에 대한 인기영합과 이중적·기회주의적 자세에서 벗어나있지 않다. 한전의 구조조정 파동은 2차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번 2차 개혁작업도 한전의 경우로 미루어 볼 때 희망을 걸기 어렵다.

IMF관리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도 정부와 집권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결단을 못내린 채 집단이기주의에 밀려다닌다면 공기업은 고사하고 기업·금융 구조조정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전기가 이렇다면 통신, 철도, 가스 등 공기업 개혁들 또한 줄줄이 무산될 것이고 금융개혁과 대형 부실정리도 더 이상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조조정 실패는 시장의 신뢰철회와 대외신인도의 결정적 추락을 몰고올 것이고, 결국은 제2의 국가위기로 발전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