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맹은 정부가 공공부문 업무에 종사하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노조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 및 해고 등으로 탄압해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법적·제도적·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ILO에 제소했다. 공공연맹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직권중재와 업무방해, 긴급조정권 발동 등으로 나뉜다.

철도노동자 대량 직위해제와 연행

지난달 1일 공공연맹 산하 철도노조는 총 조합원 2만5천여명 중 1만7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는 파업 첫째날인 1일 11명의 노조 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3일 15명, 17일 3명에 대해 추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파업 이틀째인 2일 철도공사는 파업 참여 조합원 387명을 직위해제 한 뒤 다음날인 3일 1,853명을 추가로 직위해제 했고, 22일 최종적으로 2,680명의 파업 참여 조합원들을 직위해제 했다. 공사는 또 업무방해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198명의 노조간부를 고소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파업 돌입 3일째에는 파업 참가자들이 거점 농성을 진행하는 전국 5개 권역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철도노조는 경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전국적인 산개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투경찰들은 체포영장도 없이 찜질방, 산, 노조 사무실 등 노조원들이 머물러 있는 곳을 쫓아다니며 최소 401명을 '현행범'으로 연행, 연행된 조합원들을 강제적으로 현장에 복귀시켰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의 파업은 파업 돌입 4일만에 마무리됐다.

현재 2,680명의 직위해제 조합원들은 철도공사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으며,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연맹은 "한국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를 제약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는 파업을 금지하거나 파업을 즉각 중단토록 하는 직권중재제도가 있으며, 노조 활동을 제재하거나 파업을 시도하는 노조 간부들을 제도적으로 처벌하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가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파업으로 지하철이 중지됐다면 시민들이 버스나 택시로 출근해 다소 불편하게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의 근거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중지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직권중재 사용 실례를 살펴봤을 때도 중재 회부는 파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노동위원회가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노동자들이 직권중재 회부의 결정과정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 임시총회에도 중재회부 하는 정부

특히 철도노조는 지난해 9월8일 첫 단체교섭을 시작한 뒤 노사간 이견차로 교섭이 결렬돼 지난해 11월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바 있으나 중노위 특별조정위원회가 양자 간 의견차가 크다며 조정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난해 11월25일 조정 기간이 만료됐으나 중노위는 노조 파업에 대한 중재 회부를 보류한 뒤 지난 2월28일 오후 9시께 노조 파업 돌입 4시간을 앞두고 직권중재에 회부했다.

연맹은 "(직권중재 보류 과정 중) 중노위의 통지서에서 '노동조합이…(중략)…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즉시 중재에 회부할 것'임을 밝혀 직권중재가 공공연하게 파업을 막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래서 경영진들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직권중재에 회부될 것이라는 확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단체교섭에서 신의성실에 입각해 이견을 좁혀야 할 긴박성을 느끼지 않으면서 교섭을 했다"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는 철도노조뿐 아니라 같은 연맹 산하인 서울지하철노조, 발전노조 등의 파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2004년 7월21일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 등의 파업 하루전인 20일 직권중재에 회부했고, 발전노조의 2002년 2월25일 파업때도 28일 직권중재에 회부된 바 있다. 또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지난 2001년 6월13일 임시총회가 직권중재에 회부된 바 있다.

연맹은 "위의 사례 모두는 노동권에 제약을 가할 때 반드시 입증해야 할 ILO기준인 '국민들의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건강을 분명하고 긴급하게 위태롭게 하는' 사례가 아니다"며 "위의 사례에서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직권중재의 편의적이고 악의적인 적용을 통해 단체행동을 무력화시키거나 파업을 조속히 정리하거나, 노조 임시총회를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작업거부는 '업무방해죄'

형법 314조 업무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과중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자의적인 해석 때문에 많은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노조 활동의 많은 부분이 업무방해죄로 해석돼 왔는데, 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승객 수송에 실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았음에도 업무방해죄가 적용돼 왔고, 심지어는 노조 임시총회 개최 자체도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특히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과 관련 401명이 업무방해죄를 저지른 현행범으로 연행된 바 있다.

연맹은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행동은 단지 그 시간에 업무를 하지 않았기때문에 열차운행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됐다"며 "작업 거부 그 자체가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는 죄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권중재와 더불어 업무방해 조항은 파업을 범죄화 하며 노조 활동에 대해 심각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로 몇몇 노조의 경우에는 노조 자산과 조합비 일부가 가압류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보복해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연맹은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제도적으로 파업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며 "결사의 자유의 진전을 가로막는 원인 중에는 한국정부의 단체행동에 대한 태도가 한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 정부는 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어떠한 파업도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공공서비스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완전히 봉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공공연맹은 ILO와 한국 정부간의 지속적인 상호 소통을 위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원칙이 노사관계 제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긴급조정권의 부활
'직권중재' 대신 '긴급조정권' 대비하는 정부
지난해는 긴급조정권이 한해에 2번이나 발동되는 역사적인(?) 해였다. 이는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민간항공운수산업의 파업에 발동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직권중재 대상에는 민간항공운수산업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사문화된 줄로만 알았던 긴급조정권이 '슬그머니' 부활된 것이다. 긴급조정권은 30일간 단체행동을 중지시키고, 중재재정을 내려 사실상 직권중재와 같은 효과를 보인다.


한국 노사관계 역사상 오직 2번 발동된 바 있던 긴급조정권이 2005년에만 8월10일(아시아나항공)과 12월11일(대한항공) 두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긴급조정권 발동뒤 사쪽과 제대로 된 교섭을 열 수 없었고, 중재재정에서도 노조의 핵심 요구에 대한 해결은 요원했다.


연맹은 "긴급조정권은 직권중재와 마찬가지로 결사의 자유권과 단체교섭권을 원천봉쇄 하는 기능을 할 수 있으며,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니더라도 발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넓은 범위에서 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서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를 폐기하되 기존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된 내용을 포함해 철도, 화물, 항공화물, 사회보험 등 '공익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기때문에 향후 '직권중재'를 대신해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긴급조정권'이 남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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