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5·6·7·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열차운행 시격을 일방적으로 조정하면서 시민불편 및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31일부터 평일(월~금) 낮 시간대에 다니던 열차 운행간격을 1~2분 가량 늘렸다. 이에 따라 5·7호선은 기존 열차 운행간격이 5분에서 6분(5호선 상일동 마천행은 12분), 6·8호선은 6분에서 8분으로 각각 늘어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5·7호선은 20%, 6·8호선은 33% 이상 증가했다. 또 토요일 아침의 경우 운행횟수가 반으로 줄어 5호선은 2분30초에서 6분, 6호선은 4분에서 8분, 7호선은 3분에서 6분, 8호선은 4분에서 9분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평일 운행되던 5~8호선 열차는 기존 1,659대에서 1,511대로 148회 감소했으며, 토요일과 휴일도 무려 312회, 244회 감소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공사는 시민들이 직접 이용하는 지하철임에도 시격조정에 대한 공지를 하지 않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순식 공사 운전계획과장은 "승객들이 열차를 이용할 때 불편을 거의 느끼지 않을 만큼 시격조정을 했다"며 "이에 대해 홍보를 해버리면 무심코 이용하던 시민들조차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므로 시격조정에 대한 공지 의무가 없는 것을 감안 홍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도시철도는 시민들로부터 세금을 받아서 운행하는데, 평상시 시민들의 주간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전기료 절약 측면에서 시격조정을 감행했다"며 "이번 시격조정으로 연각 40억원의 전력료와 인건비가 절감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본부장 조윤영)는 공사의 일방적인 시격조정이 시민불편과 열차안전을 위협한다며, 지난 1일부터 왕십리역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사진>

정훈 승무본부 사무국장은 "1인 승무를 하는 도시철도의 경우, 열차운행을 하면서 같이 CCTV로 출입문을 여닫고 있다"며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한번에 타는 승객들도 급증해 출입문 사고와 실족사 등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는 시격조정을 해도 1일 4.7시간의 운전시간은 변화지 않으므로 노동강도의 변화는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노동강도는 운행간격이 1분이 늘면 역당 20%의 승객이 늘어나 출입문 취급과 열차운행을 같이 하는 기관사들은 정신적 피로가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공사의 일방적인 시격조정이 구조조정을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도시철도노사는 지난달 23일 주5일제 시행 합의에 따라 상반기내 승무분야에 77명의 인력을 충원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시격조정으로 77명의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에 대해 최순식 과장은 "계산한 것이 아닌 우연의 일치"라는 해명이다.

한편 공사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5·6·7·8호선 역사내 형광등도 30%~40%를 소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노조는 "서울시와 음성식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겉으로는 대중교통활성화를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기세와 인건비를 아까기 위해 역사내 형광등을 꺼버리고, 열차 운행횟수를 줄이는 등 대중교통의 이용을 어렵게 만들고 시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승무본부는 현재 열차운행 시격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공사의 일방적인 시격조정에 의한 시민불편과 열차안전 위협 등의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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