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운노조의 한 조합원이 5시간여 동안 서울 한강대교 교각 위에 올라 ‘항만 상용화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사진>

인천항만에서 13년간 하역작업을 해 왔던 인천항운노조 조합원 김종구(37)씨는 이날 오전 11시, 용산과 노량진을 잇는 서울 한강대교 남단 교각 위에 올라 오후 3시40분께까지 약 5시간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김씨는 이날 오전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마친 후 유서로 추정되는 4장짜리 편지글을 작업장 동료에게 전한 뒤 곧장 서울로 향했으며 오전 11시께 한강 교각 위에 올라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는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비롯한 인천항운노조 간부와 조합원 등 20여명이 상주하며 김씨에게 내려올 것을 설득했으며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와 에어매트, 구급차, 구조대 등을 현장에 배치, 안전하게 교각에서 내려왔다.

김씨와 함께 인천항만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 서완규씨는 “지난 24일 김씨와 함께 정부의 일방적 상용화 추진과 특별법안을 반대하는 항운노련 집회에 같이 갔었지만 이같은 농성에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경찰에서 인천항운노조로 전화가 와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편지글을 통해 “정부에서는 항만노동자의 상용화라는 말을 하는데 내가 왜 정부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고용안정, 임금보장, 정년보장 등은 모두 거짓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용화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인과 두 살짜리 아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으며 동료들에게는 “함께 싸워 우리의 일터인 항만을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인터뷰> 고공농성장 김종구씨

- 한강대교에 왜 올라가게 됐는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
“요구하는 건 없다. 그냥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 올라왔다. 정부가 항만노동자 상용화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고 이 법이 나와 나의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 올라 왔다기 보다는 이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살고 싶은 마음에 올라오게 된 것이다.”


- 정부가 추진하는 항만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문제가 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솔직히 난 복잡한 문제는 잘 모르겠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에는 항만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 및 보장, 임금보전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내가 이와 관련한 법안을 제안한 한 국회의원이 개최한 공청회도 가 보고 다른 대학교수들 등 전문가의 이야기들도 들어봤다. 나는 항만에서 일만 해 온 노동자라서 잘 모르겠지만 고용보장, 임금보전 이런 문제들은 결국 노동자와 회사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는 중재만 할 수 있다는 게 내가 공청회에 참석해 들은 대학교수들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우리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크다.”


- 현장의 다른 조합원들도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 요즘 현장에서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상용화 이야기뿐이 안한다. 일하면서도 상용화, 술 마시면서도 상용화, 집에 가서도 상용화 이야기를 한다. 항만에서는 산업재해가 많이 줄었는데 특히 요즘 산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다 이유가 있어서다. 이렇게 사람들이 상용화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고 정신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장에 가서 그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라.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 언제 내려올 것인가.
“지금으로선 내려간다 안 내려간다 그런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다. 솔직히 내가 무슨 요구 조건을 걸고 올라온 것도 아니다. 사실 어제만 해도 여기를 내가 올라올지 나도 몰랐다. 먼저 밝혔듯 그냥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올라왔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냥 내가 일하는 대로 벌고 그 돈으로 가족과 함께 생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것이다. 저축도 필요 없다. 그냥 지금 일하는 대로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살아온 것처럼 살 수만 있게 해 달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