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직접 지시로 지난해 10월 실시된 삼성 SDI에 대한 특별조사가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조작된 서류를 근거로 판단되는 등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SDI가 조작한 서류는 특별조사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며 아주 기초적인 자료로 조사 과정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했던 만큼, 노동부가 사실상 ‘방조’ 등 ‘삼성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기관 불법파견 형식적 점검 등 최근 노동부 특별조사에 심각한 결함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사진>은 근로복지공단, 대전지방노동청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최종 확인했고 노동부도 삼성SDI의 서류 조작을 인정했다며, 11일 노동부 대상 국감에서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김 노동, 재벌 눈치 안 보겠다더니”

김대환 장관은 지난해 10월7일 국감에서 “재벌 눈치 안보는 노동부를 입증하겠다”며 우원식 의원의 지적에 따라 삼성SDI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와 관련, 특별조사를 약속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18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간 삼성SDI 수원·부산·천안공장에 특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조작된 서류는 지난해 6월 체육대회 직후 회식자리에서 사망한 삼성SDI 박아무개 대리의 ‘3개월 잔업 실적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 담긴 문서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박씨의 ‘3개월 잔업 실적표’를 분석한 결과 “3개월 동안 월 평균 100시간 정도 초과근로를 시켰다”며 “근로기준법 52조 위반(초과근로시간 1주 12시간, 월 52시간 이상 초과할 수 없다)뿐만 아니라 살인적인 노동으로 박씨가 사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특별조사 결과에서 “3개월 잔업실적표가 실제 업무 지시에 의한 초과 근로시간이 아니라 회사측에서 이 기록표의 당사자를 산재인정 받도록 하기 위해 회사가 임의로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삼성SDI에서 월 평균 100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는 실제 없었으며 잔업 실적표의 초과근로시간은 회식 자리에서 사망한 박씨의 산재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회사측이 ‘선심을 쓰듯’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SDI가 작성한 ‘고 박아무개 대리 산재신청관련 잔업시간 추가확인 요청서’(요청서)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노동부가 판단한 것이다.<사진 참조> 요청서에는 박씨가 정규 업무시간 종료 후 자기 계발을 위해 회사에 남아 공부한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는 삼성SDI쪽 의견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요청서는 삼성SDI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원식 의원실은 “삼성이 요청서를 통해 문제가 된 ‘3개월 잔업 실적표’를 지난해 7월6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주장했으나 이미 이 서류는 6월25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문서조작이 밝혀진 것은 문서의 찍힌 날짜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삼성이 특별조사 자료로 노동부에 제출한 ‘3개월 잔업 실적표’에 찍힌 날짜는 7월6일인 반면 같은 자료가 공단에 제출된 날은 6월25일로 공식 문서에서 드러났다. 삼성SDI가 문서 조작 과정에서 ‘7월6일’로 날짜를 잘못 작성한 것이다. 날짜 확인은 근로복지공단의 서류 목차와 접수일자<사진> 문서만 보면 금방 드러나는데도 노동부는 이같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도 ‘7월6일’ 자료는 10월 국정감사 기간 중에 삼성SDI 허위로 작성한 것을 인정한 상태다. 우 의원실은 “삼성SDI가 박씨 산재 문제로 공단에 제출할 때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월 100시간 초과근로 등 실제 상황을 그대로 제출했다”며 “그러나 10월 국감에서 근로시간이 문제가 돼 노동부 특별조사를 받게 되면서 장시간 노동문제를 감추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기간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고서는 나온다?

노동부의 형식적 특별조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 의원이 입수한 삼성SDI(주) 천안사업장 특별조사반 조사3팀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 날짜가 2004년 10월30일로 돼 있다. 당시 특별조사는 10월18일부터 30일까지인데 보고서는 30일자로 작성되는 등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과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노동부에 조작한 서류를 제출한 삼성SDI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할 것 △이같은 사실을 묵과 혹은 서류 조작을 방조한 의혹이 있는 당시 특별조사반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할 것 △서류 조작 판명으로 드러낸 쟁점 사항(연장근로 등)에 대한 재조사를 노동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우선 삼성SDI가 제출한 서류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근로기준법 105조(허위서류 제출)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게 돼 있다.

이에 앞서 올 상반기에도 노동부는 삼성SDI 특별조사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우원식 의원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검토하지 않았고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있는데도 무혐의로 결론 낸 점 △시정지시를 삼성이 지키지 않았는데도 방관했다며 ‘형식적 조사’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해 10월18일부터 2주간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첫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SDI의 천안·수원·부산 등 3개 공장에서 9월 한달 기준으로 연장근로 초과 및 연소자 연장근로 금지 등 총 238건의 위반사항을 적발, 시정을 지시했다. 또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기간을 두 달이나 연장, 지난해 말까지 조사를 벌였으나 노동부는 결국 ‘무혐의’로 결론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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