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국회의 막바지 민주노동당은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부업법) 처리와 관련 내홍에 휩싸였다. 심상정 의원실과 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갈등양상으로 외화된 이 사건은 단순한 부서간 이견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노동당이 견지해온 원칙과 기준들이 어디까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정책조정 기능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자당 의원단에 대한 비난 논평(?)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5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부업법이 통과되고 난 직후부터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당시에 의원단 점검회의를 통해 조건부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당론 투표를 했다. 그리고 당시 본회의에서 이 법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갈등이 표면으로 부각된 것은 같은 날 저녁 6시에 이선근 운동본부장의 명의로 “고리대에 면죄부를 준 개정 대부업법”이라는 비판 논평이 당 홈페이지에 발표되면서부터다. 이 논평에선 “서민보호 외면한 국회,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논평에서 언급한 ‘국회’에는 찬성표결을 한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포함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당시 통과된 법안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3일 통과된 개정안의 주 내용은 △현재 3천만원인 이자율제한 적용 상한금액 삭제 △제3자가 채무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채권 추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불법?부당 채권 추심에 대한 규제 강화 △미등록 대부업자의 광고금지 및 미등록 업체의 불법영업행위 처벌강화 △대부업 등록갱신제도 도입 △대부업자의 명의대여 금지 및 계약서 보관 의무 신설 등 대부업 이용자의 권익보호 강화 △올해 10월까지로 돼 있는 이자율 제한규정을 3년간 연장 하는 것으로 등으로 돼 있다. 또한 대부업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이자율 규제(현행 70%, 시행령은 66%)과 관련해선 오는 6월 국회에서 다루기로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합의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대부업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을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운동본부는 왜 자당 의원들의 찬성 당론투표를 ‘지탄’하고 나섰을까.

운동본부는 민주노동당의 서민 금융, 신용회복 운동을 전담해서 하고 있는 조직이다. 원외 시절부터 당내 부서로썬 드물게 법안 생산능력을 보유한 부서였으며, 대부업법 폐지와 이자제한법 제정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선거 공약을 정리해낸 부서기도 하다. 또한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서민 금융 정책을 재경위에서 관철해 내야 할 최전선에 서 있다. 제도권 원내정치의 한계와 직접 부딪치는 일을 하고 있고, 더불어 상임위 활동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적 경험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양 부서간의 이견은 원내외의 입장의 차이, 혹은 정보격차 때문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닌 것 같다. 심 의원실과 운동본부의 마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의원단이 넘지 말아야 될 것을 넘어버렸다”


운동본부의 주장은 ‘고금리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그 자체가 척결의 대상’이라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 통과된 대부업 개정안에 의원단이 찬성표결을 한 것은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은 것 즉, ‘당론’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운동본부 쪽의 설명이다. “우리의 입장은 고금리로부터 금융이용자를 보호한다는 데서 출발한다면 보수정당의 입장은 고금리의 음성화 방지 즉 합법화에 초점을 맞추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채권추심을 막자는 데서 출발한다. 기본 철학이 다른 것이다. 이번 통과된 개정안은 후자에 인식에서 출발한 법이고, 이 법에 찬성하는 것은 당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고금리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척결의 대상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3천만원 이상의 대출에 대해서도 이자율을 66%로 제한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수정당이나 할 수 있는 해석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66%의 고금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줬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운동본부은 또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다고 해서 현실은 좋아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민의 피해는 지속될 것이다. 약간 손보는 것으로 서민의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66%로 제한한다고 해서 음성적인 시장을 막을 순 없다. 66%는 비상식적으로 높은 이자율이다. 고금리 폭리를 보장해 줄수록 제도권 금융시장조차도 고리대금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고금리를 합법화 한 대부업법은 사채시장의 대규모 증가만 불러왔고, 생산적으로 쓰여야 할 제도금융의 자금이 사채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음성사채시장의 폭력적인 채권추심도 줄어들긴 커녕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건은 음성시장의 양성화가 아니라 금리규제다. 금리규제를 하지 않으면 서민의 금리부담과 피해구제도 멀어지게 된다.”

또한 운동본부는 의원단의 찬성표결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핵심인 이자율을 건들이지 않고 음성시장의 제도권화를 거론하는 순간 척결의 대상인 대부업법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넘어선 안 될 선이다. 6월에 다시 이자율을 거론한다고 하는데, 거론만 하고 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을 빼고 곁다리 문제만 합의해 준 꼴이 된 것이다. 의원단이 설령 현행보다 개정안이 진전된 안이라는 판단했더라도, 당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이라면 반대, 최소한 기권을 했어야 했다. 노동자 서민의 눈으로 평가해봐야 한다.”


“긍정적인 내용만 있는데 왜 반대하냐”


반면 심상정 의원실의 의견은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안만 담고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노동당의 의제들은 향후 과제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의원실 쪽의 설명을 들어보자. “대부업법의 개정방향은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서 법정 이자율을 제한하고, 동시에 음성시장에서 법망을 피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고금리 갈취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자율 조정 건은 6월에 다루기로 약속을 받았고, 이번에 처리된 개정안에는 음성시장 규제에서 상당한 개선책을 담고 있다. 대표적 독소조항이었던 3천만원 초과 대부에도 대부업법을 적용하였고, 대부업자 규모 조항을 삭제하여 사실상 모든 대부업자를 등록케 했다. 또한 채권추심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중개, 광고, 대여 등에서 규제를 강화해 대부업자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들어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부업법 개정안은 기존 대부업법에서 개악되는 조항은 하나도 없고, 음성시장 규제에서 상당한 개선조치가 담겨져 있는 법안이다.”

또한 이자율 제한은 중요하지만 음성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우선 대부업법에 명시된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자율 제한과 동시에 고금리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금융시장 여건을 개혁하는 것이 관건이다. 구조적 금융체계 개혁 없이는 이자율이 제한되더라도 ‘고금리 대부 수요’에 의해 음성시장이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대부시장이 음성화될수록 규제도 어려워진다. 또 6월 국회에서 금리규제 문제를 다루기로 한 상황에서 고금리를 합법화 시켰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3일 본회의에서 다룬 54개의 법안 중 민주노동당이 반대 표결을 한 법안은 단 3개다. 우리 입장과 다를 지라도, 내용이 긍정적이라면 조건부 찬성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의 모든 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번 통과된 대부업법은 현행법을 개선안 안이었다.”   

결국 ‘꿀 바른 독약’이라는 운동본부의 주장과 ‘이미 입안의 독(기존 대부업법)은 들어있는 상황에서 개선책을 찾은 것’이라는 의원실의 주장은 인식의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정책조정기능 실종

대부업법과 관련된 내홍이 커지자 당 최고위원회는 5월4일 오후에 심상정 의원실과 운동본부의 입장을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며칠동안 양쪽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진지하게 서로의 주장이 오고갔지만 내용적으로도, 상황상으로도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12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의원단의 당론투표가) 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든지 당론을 위배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으며 이 사태는 표면적으로 마무리 됐다. 단, 최고위는 대부업법 문제의 처리과 이후 갈등 상황과 관련해서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의원실은 의원단투표 이전에 이견조정을 정책조정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으며,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또한 유관부서간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논평을 발표하였다. 이후 각 실행부서는 이견이 있을 시 조직적 절차를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해야 하며, 정책위원회는 당의 정책조정기구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5월12일 최고위원회 결정문 중)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실제로 정책적 이견 조정을 위한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일단 정책적 이견에 대한 조정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책위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못했다. 이견이 큰 사안인 만큼 정책위의장이 주재한 가운데 심 의원실과 운동본부, 정책위가 참여하는 실무조정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그 날짜가 5월10일, 4월 임시국회가 끝난 후였다. 또한 실무조정회의에 대해서도 당시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법안 찬반에 대한) 이견조정을 위한 회의”라고 말한 반면, 오건호 보좌관은 “10일 실무회의는 고금리 피해와 신용불량자 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지 이번 법안과 관련한 찬반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등 아귀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주 정책위의장은 “조정 역할을 담당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은 당시에 “의원단은 법안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담당 의원실의 입장을 존중해 결정해 왔다”면서 “이자율 문제는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일단 몇가지 개선된 안들이 있다고 (심 의원이) 보고 했고, 의원단은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창현 당 사무총장은 심정정 의원실과 당내 집행부서의 이견이 있었음과 의원단의 찬성표결 결정 과정을 내홍이 외화된 3일 오후까지도 자세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절차적으론 정책위의 조정과정을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위 담당 실무자는 “제2정조에는 대부업법과 관련한 담당 연구원이 없고 주로 담당했던 것이 경제민주화 운동본부였던 만큼 제2정조와 심 의원실 사이에 대부업법과 관련해 이야기 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책위, 최고위원회, 의원단 등에서 이견에 대한 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찬성표결을 결정하고, 비판 성명을 내는 일이 이어졌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당의 한축인 원내 심상정 의원실은 4월 국회에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뇌물에 세금을 물리는 법안인 ‘뇌물과세법’을 통과시키는 기염을 토하면 맹활약 중이었다. 운동본부는 전국을 돌며, 민생사업의 열쇄가 될 신용불량자 상담사업을 전파하던 와중이었다.

이 둘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정면충돌이라는 사고를 겪게 됐다. 4월 대부업법 사태는 순항하지 못했던 민주노동당호가 겪은 일시적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더 ‘고등수학’ 문제가 다시 민주노동당 앞에 놓여질 경우를 민주노동당은 대비하고 있지 않기에, 당시 사건은 자칫 비극의 전주곡의 될 수도 있다.   

대부업법 논란 관련 일지
4월25일 이전
대부업법 관련 당내 이견 없음. 현행 70%의 이자율 상한을 40%로 낮추자는 내용의 당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 


4월25일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수정개정안 통과, 개정안에 대한 심상정 의원실과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견 발생. 의원실은 운동본부에 수정개정안을 전문을 보내며 “이자율은 6월 국회 논의되고, 음성시장규제는 4월국회에서 처리된다”는 소위 결정내용을 알림.


4월26일
의원실과 운동본부는 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이견 발생. 운동본부 의견을 담은 비판논평 발표.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 개정안 통과. 심상정 의원은 이자율 조정은 6월에 논의한다는 조건을 상임위원회에서 확인한 후 개정안에 동의.


4월27일~29일
운동본부 비판논평 2회 발표. 의원실과 운동본부 전화로 개정안에 대한 논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


5월2일
의원실 보좌관이 의원단 대표에게 대부업법 관련 의원실과 운동본부의 논란과정 보고. 제2정조 주례회의에 개정안 관련 논란 보고. 5월10일 조정회의를 열기로 결정. 법사위에서 수정안 통과.


5월3일
아침 의원단 점검회의에서 ‘조건부 찬성’ 당론투표 결정.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 만장일치 통과. 당일 저녁 운동본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정하는 비판논평 발표.


5월4일
최고위원회 간담회 개최, 의원실과 운동본부의 의견 청취.


5월12일
최고위원회, “(의원단의 당론투표가) 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든지 당론을 위배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구슬도 꿰어야…
4·15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 지역조직이 주력하기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신용불량자 상담 사업이다. 이 사업은 빈곤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민주노동당이 주력해야 할 민생사업을 시작하는 열쇄라는 평을 받고 있다. 피케팅과 집회 등에 머물기 쉬운 당의 지역사업을 면대 면의 사업으로 바꿔주는 것은 물론, 상담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민주노동당의 정책적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판을 벌린 당내 부서가 경제민주화운동본부다. 이들은 상가임대차문제,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 문제, 신용불량자 문제 등 당의 면대 면 사업의 대부분을 기획하고, 전국 지역조직으로 확산시킨 장본인들이다. 또한 정책적, 철학적 기반이 튼튼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상담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현실 대중의 정서를 읽고,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운동본부가 원내 진출 이후 당내 정책위 혹은 의원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부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미 다루었듯, 부유세 1단계 문제에 있어서도 정책위와 이견이 있었으며, 이번에 다루고 있는 대부업법의 문제, 최근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파산법의 문제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당내 정책적 이견을 몰고 다닌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당내 소통과정에서 운동본부가 거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가장 지향해야 할 당의 정책결정의 모습일 수 있다. 많은 부분이 비어있는 민주노동당의 정책 포트폴리오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책’이 아닌 ‘대중’에 기반한 정책생산 역량이 있는 당내 부서의 의견은 경청하는 것은 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실수를 줄여 줄 수 있는 안전판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책임 있는 권력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확신에 가득찬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사람들을 설득해 당내 분업을 이루는 과정은 선출된 권력의 ‘책임’을 수반한 조율과정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기 때문이다.

연재를 마치며
설익은 비판에 용서를 구합니다
기자, 딱 4년전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구분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감히 당의 ‘역사’를 쓰기에는 공부도, 경험도, 내공도, 글솜씨도 부족했다. 또 진보정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첫 삽을 떴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자는 잘 알지 못한다. 오늘 민주노동당의 성과와 한계는 기자가 다 알 수 없는 고심과 노력으로 양면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민주노동당의 격변기였던 첫 원내진출 즈음에, 그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연재를 통해 그것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하나는 취재과정을 돌이켜보니, ‘정파 취재원’은 많았지만, ‘정치’를 취재할 사람은 참 적었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다. 취재수첩을 뒤져보니, 거의 50명 이상의 취재원들을 인터뷰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내부정치를 말해 준 취재원이, 대국민 정치를 말해 준 취재원에 비해 배 이상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연재가 다룬 기간은 2004년 2월부터 2005년 4월까지다. 27회의 연재 중 초반 4개월,  6월 개원 국회 이전까지의 이야기가 무려 15회다. 이 시기는 민주노동당 당내 선거가 집중돼 있던 시기였다.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의 내부정치와 대국민정치가 아직 균형감을 가지지 못한 것을 반증한 측면도 있다.


막상 광야에서 보수정치와 진검 승부를 겨루던 기간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알고 있고, 해석할 관점을 가진 취재원은 민주노동당에 참 적었다. 


연재 기사의 뒷부분을 쓰며 한창 정리를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한 선배는 “취재원도 모르는 걸 기자가 어떻게 정리하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 적도 있다. 어렵게 만들어온 진보정당임을 알기에 지난 1년의 성장통이 더 가슴 아팠다.


두 번째는 바램인데, 이번 연재기사가 오는 1월 선거에 영향을 주는 기사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말이 생산적이지 않은 구설을 만들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감내해 볼 생각이다. 구설보다 구태가 백배는 두렵다.


이제 친소관계를 넘어선 당직선거가 필요할 때라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지난 1년 반동안 의원이든, 최고위원이든, 당직자든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에 책임을 지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당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두개도 없는,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이다. 결정은 당원들이 하지만, 책임은 국민들이 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활력 없는 진보정당은 한국사회의 불행이라는 점을 잊고 산 1년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일간 신문에서, 한창 굴려야 할 4년차 기자를, 근 6개월간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매일노동뉴스>기자들과 편집장께 고마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막판에 마감을 맞추지 못해서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든 점 다시 한번 죄송하단 말씀드린다. 또한 꺼내 놓기 어려운 말들을 들려준 취재원들께 감사드린다.


기자, 불혹을 지나 지천명, 환갑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길 바란다. 진보정당의 발전이 그 첫 토대임을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철학은 그저 텍스트일 수 있고, 원칙을 지키기엔 일상은 너무나 난해하다. 결국 믿음은 같은 밥그릇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만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27회의 연재를 마치며 설익은 비판에 섭섭함이 있었던 분들께, 이 말로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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