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 이해찬 총리와 양대노총 위원장의 회담을 앞두고 총리실과 양대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사전 의견조율에 나선 것을 알려졌다. 이들은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사회적 대타협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벌일 것이며 합의문에서는 구체적인 ‘약속’보다는 두 법안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뜻을 담고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모두 공감한다는 선언적 수준의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같이 사전 의견이 조율된 내용들이 회동이 끝난 뒤 실제 발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갖고 있다. 이번 만남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초석이기보다는 노정간 갈등의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고 결국 파국에 다다르는 종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


이 회동은 현 노정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노동계가 이에 대한 입장을 총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김대환 장관과 설전이 붙을 경우 이번 만남은 양대노총 위원장과 김대환 장관 사이의 갈등을 총리에게 직접 확인시키는 자리가 된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회동을 4자 회동이 아닌 총리와 양대노총 위원장이 만나는 3자 회동임을 강조하며 장관 퇴진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만남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높다.

이같은 노동계의 판단에는 노동부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회동은 준비됐지만, 노동부가 대화 재개를 위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양대노총의 시각이다. 이같은 노동계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대환 장관은 이날 회동을 4시간여 앞두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만남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해 보자”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수호 위원장은 “이렇게 늦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기가 늦었음을 지적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구나 김대환 장관은 이용득 위원장에게는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아 결국 노동계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되려면 사전에 정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함이 마땅함에도 이같은 기색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결국 이번 모임은 잘 돼봤자 본전이고 안 되면 파국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높아져 어색한 모임이 되고 말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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