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가 5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정부에 이송키로 결정한 가운데 ‘로드맵’을 둘러싼 노사정 비공개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지난 2003년 9월 공개 직후 노사정위로 넘겨졌으며 그동안 내용에 대한 검토 작업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심층적인 논의를 벌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사정위 김원배 상임위원은 5일 기자브리핑에서 노사정이 10차례 정도 만나 로드맵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며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뜨거운 감자’로 누구도 손을 데지 못하고 있던 ‘로드맵’이 물밑에서는 논의가 되고 있었던 만큼, 누가 참여했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 관심이 모아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모임의 이름은 ‘미래노사관계기초위원회’(기초위원회)다. 기초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노사정위 상무위원회 간사, 즉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 노동부 정병석 차관, 노사정위 김원배 상임위원과 노동연구원 최영기 원장, 고려대 하경효 법대교수 등 외부전문가를 포함 총 6인으로 구성됐다.

기초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노사정위 본위원회에 보고되는 등 공식적인 기구였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본위원회 보고도 서면이 아닌 ‘구두보고’ 형식으로 이뤄지는 등 언론 등 외부에 기초위원회가 알려지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노사정은 논의 내용과 일정 등도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초위원회는 ‘베일’에 쌓인 채로 지난해 12월부터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기 직전인 올해 6월까지 운영됐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로드맵에 대해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자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지 않냐는 의견이 노사정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며 “34개 과제에 몇가지 의제를 추가, 미래 노사관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폭넓은 논의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기초위원회에서 ‘로드맵’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정부안은 선진화 방안, 기초위원회 논의, 그간 제기된 노사입장, 관계부처 의견,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로드맵’ 일방처리에 대한 부담을 “한국노총과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노동계 입장을 알 수 있었다”는 것으로 다소 무마시키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선진화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대비해 공부를 하는 차원에서 비공식 논의테이블을 만들었을 뿐 법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유감스럽다”고 불쾌한 입장을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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