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2 목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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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조카를 똑똑한 노동자로 키우고 싶다면?”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 출간
“노동자요?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 아닌가요? 저는 노동자 되고 싶지 않아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노동’과 ‘노동자’, 나아가 ‘노동인권’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어떠한 교육을 받고 있을까? 지난해 서울시내 4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78명을 대상으로 “노동자 하면 주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를 설문조사 한 결과는, 우리나라 학교현장에서 진행되는 ‘노동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하품 나는 수준인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설문(중복응답) 결과 “불쌍하다”(33.6%), “가난하다”(37.4%), “나는 되고 싶지 않다”(39.4%), “관심 없다”(9.5%) 등 부정적 응답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 35.2%의 학생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답해 ‘내가 노동자가 되는 것은 싫지만 노동자는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보여줬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미래의 나의 모습이다”(5%), “자랑스럽다”(3.2)는 응답 역시 소수에 그쳤다.

그런가 하면 패스트푸드 조리나 음식점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미 ‘노동’을 경험해본 학생들(51%)은 임금이나 사장의 인격적 대우 등에 불만을 느낀 적이 있으나 학교에서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배운 적이 없다(93%)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 노사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들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챙겨서”(70.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동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청소년들은 ‘체험’을 통해 노사관계의 불공정함을 체득하고 있지만, 정작 불공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다.

결코 ‘모르는 게 약’이 될 수 없는 노동현장,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우리의 아들딸들을 무방비로 내보내도 되는 걸까? 이미 노동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 되기 싫다’는 어린 조카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현장에 방치되고 있는 동생들을, ‘아는 게 힘’이 되는 노동자로 키워낼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인권교육서 발간

최근 발행된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사람생각 펴냄, 15,000원)은 언니, 오빠, 삼촌, 이모, 엄마, 아빠들의 이같은 고민을 한방에 날려주기에 충분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인권교육서다.<사진>

민주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등 5개단체가 모여 만든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1년반의 준비과정을 걸쳐 지난달 펴낸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는 청소년들이 쉽고 흥미롭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면서 노동인권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 주로 성인독자를 대상으로 노동법 해설 수준에 그쳤던 노동교육 교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자리를 구할 때 챙겨야할 권리들’, ‘부당해고는 이제 그만!’, ‘인권의 사각지대, 현장실습’ 등 총 9가지 주제별 꼭지에 다양한 읽을거리를 야물딱지게 담아놓은 것은 물론, ‘알쏭이와 달쏭이’라는 캐릭터가 주고받는 질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노동인권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 다 같이 돌자, 일터 한 바퀴.
▲ 숨은 그림찾기.

또한, 다양한 직업카드를 갖고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해보는 <동그라미의 비밀>, 채용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제자리인가?>, 그림판에서 산업재해 상황을 가려내는 <숨은 그림찾기>, 인권침해 상황을 재현해보고 권리카드를 찾아가는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서>, 모의노동위원회를 열어 부당해고 여부를 가려보는 <노 컷(No Cut!)>, 만화를 보며 성희롱을 판단하는 <성희롱이 뭐야>,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입사지원서를 다시 만들어보는 <정보먹는 하마, 입사지원서>, 보드게임을 통해 단결의 중요성을 직접 알아가는 <다 같이 돌자, 일터 한 바퀴> 등 청소년들의 흥미와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컨텐츠는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사진>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노동자로 성장할 청소년들이 정작 학교수업을 통해서는 노동자로써 알아야할 상식과 권리를 교육받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교사와 교육단체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와 토론을 거친 끝에 책이 완성됐다”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동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사나 성인들에게도 유용한 교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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