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5년 공직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김상봉(46) 충북본부장<사진>. 충북 진천군 직협회장을 맡은 다음 해인 2002년 11월 공무원노조 연가투쟁으로 구속되고, 지난해 총파업에 참여한 결과로 ‘파면’을 당했으며 같은 해 12월 구속됐다.

지난 2월 석방된 김상봉 충북본부장을 지난 14일 충주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공무원노조 충북본부는 청주에 위치해 있지만, 김 본부장은 이날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가 주최한 작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

“전체 공무원들을 위해서 옳은 일이라 생각해 투쟁을 했다.” 김 본부장의 첫말이다. “나는 노동운동의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김 본부장. “학교에서 노동운동을 배운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김 본부장은 지난해 총파업의 성과에 대해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자리”라고 말하며 말문을 열었다.


- 충북본부 회복투는 이렇게 자주 만나는가.
“본부의 단결을 위해 주기적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 총파업 이야기부터 해보자. 충북은 강원(713)과 울산(602)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징계(177명)를 당했다. 이처럼 많은 수의 징계자가 발생한 이유는.
“총파업을 바로 앞두고 교육과 학습을 통해 조합원 의식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각 지부별로는 임원들과 대의원까지 모여서 파업학교도 운영하는 등 파업 준비를 단단히 했다. 반응도 좋았고 분위기도 고조됐다. 조합원들은 본부장을 믿고 따라줬고, 본부는 중앙지도부를 믿고 따랐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는 불쾌하게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국 가장 심한 탄압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강성' 충북본부를 제압해야 공무원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 충북본부가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기 때문이라는 뜻인가.
“본부는 총파업 이전부터 광역단체장과 많이 싸웠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많이 관철시켜 왔다. 투쟁을 통해 광역단체장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왔던 것이다. 사실 도지사실까지 점거하는 등 싸움을 전개하면 그 투쟁수위는 높았다. 정부는 가장 ‘강성’이었던 충북본부를 탄압해야 공무원노조를 약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본다.”

- 징계자가 다수 발생한 점은 총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본부가 정부와 각 자치단체의 탄압을 예상하지 못하는 등 대응방안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괴산군지부는 파업 3일만에 노조 깃발을 내리고 노조 탈퇴를 선언했다.
“사실 총파업을 전후로 한 시기는 굉장히 어려운, 즉 과도기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직협에서 노조로 전환할 때보다 더욱 가혹했다. 그러나 대응은 소홀히 했을지 몰라도, 파업 뒤 회복투를 중심으로 조직복원사업에 최선을 다했다. 임원들과 간부들의 의식은 한층 더욱 고조됐고 어려웠던 지부가 회복되기도 했다.”

- 총파업이 끝나자마자, 충청북도가 가장 먼저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결과적으로는 소청심사도 제일 먼저 끝났다.
“당시는 내가 구속된 상태였다. 면회를 온 조합원들을 통해 징계를 늦춰달라고 주문을 했는데 기관쪽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던 충북본부를 약화시켜야 전국적으로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을까. 시간은 벌고 싶었으나 교도소에 있으니 대처를 못했다.”

- 충북본부는 총파업 뒤 조합비 원천징수가 금지되는 등 총 10개 지부 가운데 파업에 참가했던 8개 지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탄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총파업이 끝나고, 부단체장들의 탄압이 가장 심했다. 부단체장이라는 위치는 대부분 지자체에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승진을 위한 통로와도 같다. 결국 그들의 역할은 지역의 발전보다는 행자부의 눈치를 보며 모든 행정을 펼치다보니 공무원노조와 갈등이 생긴 것이고 탄압도 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합법노조를 앞두고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조직이 잠시 주춤할 뿐이지 조직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위기는 절대 아니다.”

"부단체장들, 행자부 눈치보며 노조 탄압에 앞장서"

김상봉 본부장 프로필
 2001. 12.
 2002. 4.
 2002. 9.
 2002. 11.
 2003. 7.
 2004. 2.
 2004. 12.
 2005. 2.
진천군 공무원직장협의회장
충북본부 부본부장
진천군지부장
연가투쟁시 연행, 구속
충북본부장 보궐선거 당선
제2대 충북본부장 당선
총파업관련 구속
석방
- 조직 복원은 어느 정도 됐는가.
“내가 석방된 뒤 각 지부의 읍면동까지 순회를 했는데 조합원들에게 공무원노조 주요 현안을 설명하니 호응이 컸다. 박수를 받기도 했다. 총액인건비제 등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됐다고 생각을 하니, 조합원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사고지부는 직접 돌아다니면서 조직을 복원시키고 있다. 조직이 재건될 확률은 높다. 미조직된 지부도 사업을 공유하는 등 본부 사업에 동참을 하고 있다.”

- 본부는 지난 3월에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지난해 사업과 관련과 총평을 통해 ‘사업의 즉흥성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고 평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충북본부가 급박한 상황에서 선봉적인 투쟁을 하다보니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 솔직히 지도부의 투쟁이었던 점을 시인한다. 조합원들의 바람에 앞서서 노조가 먼저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평조합원과 함께 하지 못한 투쟁을 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모어서 투쟁을 전개해야 되지 않느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 올해는.
“본부 운영위든, 각 지부별로든 최대한 전체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투쟁해 왔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실패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역시 회복투 위주의 투쟁을 전개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 탄압으로 인한 피해는 컸지만, 역사상 최초의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우리는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총파업을 앞두고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특별법을 만들면서 직협만 불러서 했다. 내부적으로는 투쟁을 통해 이뤄내야 했다. 정부는 우리를 불법이라고 봤기 때문에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공무원노동자성을 갖고 있는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총파업을 통해 사회단체나 언론에 의해, 공무원노조가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많이 부각된 점도 성공적이다.

그동안 공무원노조에 대한 장점을 국민들에게 알려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보수세력도 이전에는 공무원노조라고 하면, 막연하게 ‘공무원들이 무슨 노조냐’라고 했는데,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총파업, 피해는 컸지만 노조 필요성 알렸다"

-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총액인건비제, 변형된 주5일제 등 공무원노조에 대한 행자부의 일련의 행동을 보면 내년 합법화 이전까지 최대한 공무원노조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공무원에 대한 정부시책은 공무원조직 자체를 구조조정하고, 다시 말해 일반 기업체와 똑같이 하려는 것이다. 노조 탄압은 공직사회에 대한 구조조정, 계약직화 등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신분을 억압하고, 목을 죄이고 있다.”

- 충북본부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사실 공무원노조의 임원들과 간부들은 (정부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인식을 못하고 있다. 정부와 대응, 투쟁 또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체 90만 공무원이 모두 인식을 해야 하는데, 일부 임원들만의 인식은 아쉽다. 조합원 교양과 교육, 학습을 통해 알려내겠다.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전체 조합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투쟁은 성과가 없다는 걸 느꼈다.”

- 총파업 뒤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전환시키는 게 급선무인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각 지역의 문제점을 공무원노조만의 싸움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공무원노조가 주장하는 게 맞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내야 하고 국민들과 함께 투쟁을 해야 한다. 집행부 싸움이 맞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에게 먼저 알려내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총파업 이후 그것을 내가 느꼈다. 우리의 문제만 가지고 투쟁을 하다 보니 지탄을 받더라.”

- 중앙과 지역본부의 관계는.
“중앙사업과 본부사업이 일맥상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의 힘을 빌려, 노조가 연대·단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본부장으로서 느꼈다. 지도부를 믿는다.”

- 지난 1월 통과된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특별법의 문제점을 전 조합원에게 알려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중앙과 임원들의 의견보다는 전체 조합원에게 특별법의 맹점을 알려내서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 노조는 민주적 조합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개인적으로는 특별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특별법은 받아들일 수 없어"

-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충북본부의 생각은.
“노조활동을 하다 보니 연대를 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급단체 가입은 본부장으로서 보면 당연히 해야 된다. 또한 지부장급 이상도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일단 공직사회를 개혁해야 한다. 신뢰받는 공직사회가 돼야 한다. 이후 노동자 서민과 함께 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런 맥락에서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해보자. 본부장은 왜 구속과 파면을 각오했는가.
“96년에 초대 민선군수 비서실장을 했다. 3년을 했는데 관리자와 기관쪽에 서는 게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만연된 비리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했다. 다만 정의를 위하고, 공무원의 대변자로서, 전체 공무원들의 권익을 위해서 옳은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투쟁을 하다 보니 수배와 구속, 징계로 이어지게 됐다. 노동운동도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다 보니 배우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노동운동을 배운 것도 아니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다. 난 노동운동가로서 전문가가 아니다.”

- 마지막으로 충북본부 소속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공무원 신분이 불안정해질 것은 명약관화다. 아직까지도 공무원 조합원들이 인식을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다. 결국 홍보매체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알려내서, 공무원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조합원과 함께 투쟁을 통해 권리를 되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심은 없다. 복직도 원하지도 않는다. 복직에 목을 매달면 내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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