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노사정-국회 협상이 무위로 끝난 뒤 한국노총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입장을 최종조율 해 6월에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지만, 법안은 또다시 유예됐다.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던 백헌기 사무총장은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시정하지도 않고 법안 처리를 위한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처리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11일 말했다.

특히 백 총장은 “노동부장관 퇴진과 노동정책의 대전환이 없으면 대정부투쟁을 불사한다는 게 한국노총의 현재 기본 입장”이라며 “그러나 한국노총은 대화를 원하는 세력이고 사회적 교섭은 필요하지만 이는 정부에 태도에 달렸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비정규 법안 6월 처리가 결국 유보됐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밝힌 것처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만큼 조속한 보호입법이 제정돼야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노동자와 법안에 대한 심각성과 시급성만을 이야기했지 정부 법안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은 어떻게 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6월 처리 저지는 불가피했다.”

- 6월 비정규 협상에 나섰던 한국노총은 입장은 무엇이었나.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한 후 합의처리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비정규법안, 그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이는 향후 노사관계가 갈등과 대립으로 갈 것인가 대화와 타협으로 갈 것인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초석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법안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정간 이견은 컸다. 그러나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의견 접근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했지만 정부와 경영계의 반발로 잘 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장외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국회 논의 중 고 김태환 지부장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고 김태환 열사 사건 이후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입법 필요성이 더욱 뚜렷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계류 중인 비정규 법안 전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법안을 분리해서라도 국회 차원에서 시급하게 다뤄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 문제도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노동계 투쟁 열기는 확산돼 비정규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됐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협상을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가.

“한국노총의 기본 입장은 노동부장관 퇴진과 노동정책의 대전환이 없으면 대정부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노사정 대화 및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부정하고 무조건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다. 김태환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비정규직 문제, 영세중소사업장 문제, 삶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 정책들을 추진해 가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비정규 입법은 변함없는 노동계 입장이며 우리의 요구 사안이 관철되면 바로 대화를 재개할 것이다. 노동계를 대화의 파트너를 인정하지 않는 장관과는 대화할 수 없다.”

- 9월이면 비정규 법안과 함께 노사정위 개편 방안,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도 논의를 해야 한다.

“앞서 밝힌 대로 정부 노동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면 현 노동현안들은 그 해결방향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오랫동안 논의를 진행해 온 비정규 입법 문제와 특수고용직 문제가 우선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이후 노사정위 개편 방안과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노력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선 그 안에 다양한 법안과 현안 문제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중요성과 시급성에 따라 나누어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 가능한 것들은 선 타협하고 이후 하나하나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 즉 단계별 논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9월 논의는 앞서 밝힌 대로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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