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법안 심의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 노사정 사이에 논란이 돼 온 비정규법의 6월 국회 처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 모두 법안에 대한 이견이 큰 데다 국회도 ‘노사정 합의 없는 처리 반대’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국회 환노위는 20일 오후 법안소위를 열어 심의에 들어가려 했으나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21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환노위는 늦어도 24일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27일께 법사위 심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노위 법안소위는 23일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21일부터 사흘 동안 정부법안과 배일도, 단병호 의원안 등 모두 10개의 법안을 모두 축조심의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촉박하다. 특히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21일부터 23일까지 해외 출장에 나설 계획이어서 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릴 수 있는 날은 24일 하루뿐이라는 점에서도 시일의 촉박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월이나 4월 국회 때와 달리 한나라당이 법안처리쪽에 무게를 더하고 있어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우리당은 지난 국회 때보다 ‘처리’ 쪽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다.

물론 국회가 이렇게 처리할 경우 노동계는 노사정 합의를 전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노동계는 특히 고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에 불을 당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비정규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대정부 대정치권 투쟁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

재계도 재계대로 정치권이 노동계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강행처리했다는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 공 들여온 노사정 대화 분위기가 경색되고 자칫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당이 이번 회기에서도 처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사단체나 민주노동당의 반대’ 또는 ‘노사정 합의 존중’ 등을 이유로 9월 국회로 법안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은 20일 이러한 분석을 의식한 듯 “이번에 처리하지 못하면 정기국회에서는 더 처리하기 힘들어지고 '장기표류' 할 수도 있다”고 이번 회기 내 처리 의지를 다시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당은 가능한 이번 회기 내 처리를 시도하고, 행여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법안을 최대한 처리할 수 있을 수준까지 옮겨놓겠다는 속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법안소위에서 최종 쟁점 부분 정도만 남겨 둔 채 대부분 조항들은 합의해 두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번에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9월 정기국회에서 속개 심의를 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