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합의로 비정규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정규법안 처리와 사회적 교섭 결정을 연계시켜온 민주노총이 오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에 반대해온 대의원들은 “비정규개악안을 막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며 사회적 교섭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노총도 최근 “비정규법안이 강행처리되면 사회적 교섭을 폐기하겠다”며 비정규법안과 사회적교섭안 처리를 연계한 바 있다.

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는 지난 15일 민주노총 지도부와 단위노조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법개악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권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은 야당합의가 이뤄진 직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달라진 조건이 있기 때문에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며 “19일 대표자회의를 갖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합의로 인해 비정규법안 저지투쟁을 위해 사회적 교섭 내부논의를 중단하자는 주장은 어느정도 명분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비정규법안 저지’ 뿐만 아니라 양극화 문제와 사회공공성 강화 등 큰 틀의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문제를 시간을 갖고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법안과 별도로 ‘사회적 교섭’ 자체에 대한 입장차에 의한 찬반논쟁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두 차례 임시대의원대회가 계속된 의사진행 발언과 폭력 등으로 유회된 것으로 볼 때 토론의 장이 확보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중앙위원회를 연 지난 15일 민주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사회적 교섭을 막기 위해 분신하겠다’는 글이 실명으로 올라올 정도로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의견이 강경하다. 또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 때 단상점거 등을 주도한 ‘전노투’는 오는 22일에도 임시대의원대회 회의장소에서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수봉 민주노총 교선실장이 작성한 문건도 각종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건 내용 중 “대의원대회를 사수하기 위해 전국회의와 노연에서 안전요원을 조직해달라”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전국회의와 노연은 지난해 민주노총 임원선거 때 이수호 집행부를 지지한 조직이다. 이 문건을 비판하는 이들은 민주노총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실장이 정파 조직을 선동하고 있다며 문제삼고 있다.

이와 관련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이들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조직을 동원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더 큰 폭력으로 맞서자”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교섭에 대해 정파적으로 심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를 상대로 하는 노정교섭의 위상을 너무 높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교섭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민주노총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찬반입장에만 너무 매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번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중도파 대의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이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지난 15일 중앙위원회에서도 “무엇보다 내부 단결을 통해 민주노총 위상을 바로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중앙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져 분위기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이번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가 되풀이된다면 사회적 교섭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양쪽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임시대의원대회에서의 폭력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민주노총이 대회장소를 섭외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장소 문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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