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과 ‘비정규법안’을 연계시키고 있어 정치권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해찬 총리가 지난 3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민주노동당 천영세, 권영길, 단병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무조건 강행처리가 정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며 “법안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앞서 당정협의 결과와 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볼 때 정부와 여당의 처리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23일께 열릴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비정규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이 총리 발언이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방침을 결정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비정규법안 처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민주노총과 정부간의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도 “비정규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형식의 대화도 의미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비정규법안을 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 권리보호를 사회 전체 담론으로 형성해 절대 다수의 힘을 모아 해결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2월 비정규법안 저지에만 목적을 둘 경우 민주노총은 논의테이블 없이 항상 뒷북치는 투쟁만 해야 한다”고 ‘사회적 교섭’에 대한 내부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수석부위원장은 “사회적 교섭에서는 사회개혁 측면에서 비정규 문제를 포함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사회공공성을 의제로 삼아 전면승부를 해야 겠지만, 이번에 비정규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노정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력사태 평가 입장차 드러내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차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오는 22일 소집한다고 재공고했다. 안건은 △위원장 신임건 △사회적 교섭안 △고용보험과 국가예산 확보 및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용 순으로 상정됐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을 6시간여 동안 논의했다.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는 서기와 참관인을 모두 배제하고 총연맹 임원, 실장급 간부와 연맹 위원장과 지역본부장 등 54명의 중집위원 중 41명만 참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신임투표를 부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날 중집회의를 주관하지 않았으며 산하조직을 순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폭력사태의 원인에 대한 의견차로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중집위원은 “사회적 교섭안을 강행하려 한 집행부 때문에 폭력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도위원, 임원, 연맹, 지역본부 간부 등 8명으로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 활동 후 중집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등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오는 설연휴 직후인 14일 다시 중집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는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의원대회에 앞서 의견을 모아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1일 단상점거 등을 주도한 ‘전노투’가 여전히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계획을 밝히는 등 내부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 단병호, 천영세 의원과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지난 4일 오전 이수호 위원장을 만나 대의원대회 폭력사태에 따른 갈등극복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전달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또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한 대응방안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