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톰 우드러프(Tom Woodruff) 수석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의 서비스노조(SEIU)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ICFTU 세계총회에 참석한 뒤 한국의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대표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SEIU는 공공서비스와 보건의료, 건물관리 등의 부문에 종사하는 170만명의 취업노동자와 12만명의 퇴직노동자를 대표하는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이다. SEIU는 또한 중남미와 아시아지역 출신의 이주노동자와 용역업체, 파견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 산업에서 미조직 노동자를 위력적으로 조직해 온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동조합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오후 5시, 롯데호텔에서 톰 우드러프 수석부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어떻게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나 
"대학생시절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에 참여했었다. 졸업 후 1974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보건의료노조(NHWU) 1199지부의 조직가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96년 앤디 스턴 위원장이 SEIU를 이끌면서 본부에서 조직사업을 담당해왔다."

-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물론 배우러 온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특히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관심이 많다. 두 번째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사업에 있어서 국제연대가 필요한데, 한국의 관련된 조직들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관계를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은 SEIU와 공식적 관계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SEIU의 국제국은 조직본부 산하에 있다. 조직화의 일환으로 국제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서비스아웃소싱에 상당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민영화와 민간위탁, 용역화 등의 과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그 시장을 초국적 거대기업들이 장악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Sodexho, 미국의 Aramark, 영국의 Compass 등이다. 이들 3개 업체가 전세계에 11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최근 한국의 업체들도 인수했다. 건물관리업종도 영국과 네델란드의 초국적 기업들이 미국과 브라질, 한국 등에 진출해 있다. 조직화와 함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 최근 미국 노동운동의 조직 상황은. 
"하청화, 비정규화가 극심하게 진행되면서 조직률이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 최대고용주는 GM이었고 1백만명 종업원 가운데 80만명이 노조원이었고 그들은 모두 의료보험과 사실상의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최대 고용주는 월마트이고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120만명 가운데 노조원은 한 명도 없고 3분의 2는 최저임금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을 미국 내에서 조직하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함께 조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국제적 조직화 없이는 국내적 조직화도 힘든 상황이다."

- SEIU가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우리는 재정의 절반을 조직화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전문직 활동가들 외에 현장출신, 사회운동, 지역운동 출신의 다양한 기층활동가들이 튼튼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직확대 사업을 단순히 덩치를 키우거나 머릿수를 늘리는 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 경제, 정치 등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이 조직화 과정이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social movement unionism)’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미국 노동운동은 논쟁을 회피하면서 약화돼 왔다. 부분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AFL-CIO는 5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민간부문 조직률은 8%에 불과하다. 지금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조직화와 산별노조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한 본격적인 토론과 논쟁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대선 이후 미국 노동운동의 변화 필요성을 주창하고 있는 SEIU. 그는 SEIU의 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 <빵과 장미>에 대해 정작 자신들은 어떻게 보았느냐고 묻자 “좋은 영화”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영화 속의 활동가가 조합원과 연애관계에 빠지거나 대중 앞에서 욕설을 하는 장면, 정치연설의 내용 등은 영화적 장치일뿐 우리의 원칙이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2000년 6월 롯데호텔 파업투쟁 이야기를 들려주자, 화려한 호텔을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름과 용어만 다를뿐 오늘날 정규직-비정규직은 같은 운명에 놓여 있다. 함께 싸워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서비스분야에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대를 요청해주면 좋겠다.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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