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과 언론개혁, 과거사 청산 등 개혁입법에 대해 당초보다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간의 ‘3당 개혁 공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2일 국보법 폐지 4개 대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해 온 ‘완전 폐지’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13일 확정 발표한 과거사청산 관련법안(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에서도 조사기간을 “국가주권상실 전후부터 권위주의적 통치”까지로 한정해서 ‘권위주의적 통치’ 이후에 벌어졌던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들과 군의문사 사건 등을 제외했으며, 일제시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피해와 해방 후 미군정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진실규명에 비협조적인 증인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등 조사권한도 당초 논의에서 대폭 축소시켰다. 언론개혁 관련법에서도 족벌언론 폐해 등을 낳으며 언론개혁의 핵심사항으로 지목되던 개인의 신문 소유지분 제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개혁과제에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면서 공조에 참여해 온 민주노동당도 13일 의원 대표단 회의를 열고 개혁공조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마당에 ‘개혁공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당장 공조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17일 의원단총회를 열어 각종 개혁과제들에게 대한 의원들의 최종 의견을 모을 계획이어서 앞으로 약 일주일 정도 공조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시간이 남아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 때까지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지켜보며, 열린우리당쪽에 민주노동당의 공식입장을 전달하고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호소를 통해 ‘개혁 여론’을 등에 업는 ‘압박 전술’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런 전술을 펼치는 데는 17일 열린우리당이 예상대로 개혁후퇴 결정을 내릴 경우 민주노동당이 '개혁과제'에 가장 충실한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선명성'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열린우리당이 후퇴 결정을 번복하게 될 경우 실질적인 '개혁'의 실리를 얻게 돼 양쪽 모두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도 13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은 내용 없는 공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당의 불철저한 태도가 우리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17일 이후에는 최고위원회와 의원단 연석회의를 열어 여야 3당 공조를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확정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