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유보하기로 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다음달 회의는 우선 유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주도해 온 민주노총 대표로서의 ‘책임’과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파병철회와 직권중재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단식 농성에 돌입한지 일주일째인 27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대한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 매일노동뉴스 송은정 기자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WTO-DDA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기간 단식 중임에도 길을 막아서는 경찰들에게 격하게 화를 낼 정도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농성 이후 민주노총 계획을 듣기 위한 인터뷰는 위원장의 기자회견 당시 심경을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WTO 반대투쟁은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다. 크게 집회를 열어야 하는 이런 중대한 문제를 앞에 두고 초라하게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반성이 들었다. 운동은 분노가 자연스럽게 폭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4일 파병철회 집회 때도 인도를 가로막는 경찰들 앞에 연좌했었다. 이런 식으로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보면 너무도 화가 난다.”

삭발단식 농성을 벌이는 이유도 최근 지하철과 LG정유 등 연이은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 결정과 관련한 ‘분노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해 상반기 내내 싸웠지만 김선일씨가 살해당했다. 그때는 많이 참았지만 군수송선을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내는 것을 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간부들이 간곡하게 만류했지만 일방적인 직권중재 회부결정을 보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그토록 대화를 중시하고 요구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직권중재를 하는 것은 황당했다. 파병이나 직권중재는 기본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총연맹의 수장이 ‘분노의 표현’으로 단식농성을 한다는 것을 조합원들은 쉽게 이해 못할 수도 있다. 농성장을 산하 연맹 지도부가 방문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처음부터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술 차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5일제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열심히 못했고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모아내지 못했다. 지도력의 문제고 나의 책임이다.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요구와 목표가 분명한 농성이 아니라면 이제는 농성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파병철회나 직권중재 폐지라는 쟁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요구들이 위원장 농성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파병철회가 목숨을 걸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철저한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더 확실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총연맹의 방침에 따를 것이다. 파병철회를 체념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주고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싸움을 위해 정리할 것이다. 산별대표자회의와 상집의 요구도 있었지만 결정시기는 나한테 맡겼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사회적 교섭이 필요한 건지 조직 안팎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토론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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