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제2금융권에도 금융구조조정의 강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제2금융권에 대해 시스템 정비에 나선 상황으로, 현대투신이 1조1,000억원의 외자유치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등 9월부터 제2금융권 구조조정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기 때문. 이에 노동계는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면 제2금융권 구조조정도 본격화 될 것이라며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현재 제2금융권 구조조정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겸업화, 대형화를 동반한 금융지주회사는 은행권 및 재벌그룹, 또는 전업금융권, 외국자본을 중심으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2금융권은 어느 부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신한은행의 경우, 계열사인 신한생명, 신한증권 등을 이 지주회사 아래 묶어놓기로 했고, 산업은행 역시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증권를 비롯 종금사, 투신사를 자회사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는 재벌그룹의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예컨대 이미 제2금융권에 진출해 있는 삼성은 '삼성금융' 설립이 가능하며, 이는 현대, 엘지, SK 등 4대재벌 모두가 비슷한 사정으로 거대재벌 금융회사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교보생명, 대한생명 전업금융권의 금융지주회사도 예상가능하며, 손해보험업계에는 리젠트화재가, 생명보험에도 뉴욕생명, 알리안츠 등 이미 외국자본이 상당히 진출해 있는 상태에서, 외국자본의 지배를 받는 금융지주회사까지 가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이번 2차 금융구조조정은 이전의 퇴출·합병의 형태를 비롯해 금융지주회사까지 합세한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1차 구조조정때를 방불케 하는 △고용불안 △금융기관의 자율성 상실 △노동조건의 악화 및 노사관계 악화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게 노조측의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내년 12월까지 BIS비율 점거 등으로 적기시정조치를 취하고, 이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표 참조)

이에 제2금융권 해당노조들은 금융산업 왜곡 및 금융지주회사법 반대를 기조로,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방향 선회를 촉구하는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2금융권 노조로 이뤄진 사무금융연맹(위원장 김형탁)은 20일 '금융구조조정 저지 투쟁본부'를 발족해 현 금융구조조정의 문제점 지적에 나서는 한편 내년 2월 본격화될 제2금융권 구조조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이에 오는 28일 연맹 및 업종별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응을 마련하는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구조조정 표

은행권 구조조정 방안 확정
2000년 9월말
-정부 공적자금 사용백서 및 금융구조조정 청사진 발표
-경영평가위원회 구성
-6개은행 경영정상화계획서 제출

10월중순
-경영정상화 계획서 평가 및 독자생존 여부 결정

제2금융권 구조조정 추진
2000년 9월
-한국·대한투자신탁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체결
-적기시정조치 중인 3개 종금사의 경영개선계획 평가
-상호신용금고의 6월말 BIS비율 점검결과에 따른 적기 시정조치

10월
-예금보험의 자회사가 된 종금사에 대한 처리방안 확정

11월
-증권사의 9월말 영업별 순자본 비율 점검결과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보험사의 9월말 지급여력비율 점검결과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12월
-투신사 적기시정조치 제도 도입
-구조조정 추진중인 리스사의 구조조정 완료

2001년 2월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12월말 기준 BIS비율 점검결과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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