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사진)이 3년6개월동안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는 6월말 박사학위 수여식이 참석하기 위해 이달 9일 다시 영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고 전 총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90년 5월 화학연구원 노조 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94년 과기노조 초대ㆍ2대 위원장, 98년 공익노련 수석부위원장, 98년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을 맡았다.

ⓒ 매일노동뉴스 김문창

- 거의 4년만에 얼굴을 대하는 것 같다

=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린다. 영국에 가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많은 투쟁이 있었다. 과기노조 투쟁, 발전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 크고 작은 투쟁이 진행됐다. 현장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함께하지 못해 고통스러웠다. 그동안 고생해 오신 동지들께 경의를 표하고 같이 못한 투쟁을 이제부터 몇 배 이상으로 실천할 것을 약속드린다.

- 영국에서 연구한 분야는 무엇이고 연구 논문은 어떤 내용인가.

= 맨체스터 대학에서 과학기술혁신 정책학 박사학위 과정에 들어갔다. 한국과 영국 공공연구기관에 관한 과학기술 혁신정책 비교연구에 대해 논문을 제출해 놓은 상태인데, 지도교수 2명으로부터 정책을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서 공공연구, 과학기술 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변혁의 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인정받았고 기여도 측면에서 엑셀런트(A+)평가를 받아 오는 6월말 학위 최종심사가 끝나면 학위를 받게 된다.

- 논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면.

= 한국과 영국의 공공연구기관의 역사, 예산, 정책은 물론 출연연구기관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연구의 질 문제, 개발독재와 국가전략사업으로 정부 관료지배 구조 등을 비교,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 전략, 지배구조, 예산구조, 운영체계 등을 분석하여 정책체계를 만들고 제도, 이해관계, 사회경제적 조건, 아이디어, 정치적 선호도 등의 정책요인에 따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제도차이, 권력집단의 이념적 선호도 등 15가지의 정책변수가 작용하는 것을 밝혀냈다. 따라서 요인과 변수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이론적 틀을 만들었다.

- 영국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 영국에 갈 때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이던 아들 둘이 현재는 중 1과 중 3이 됐다. 처음 현지에 적응할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또 해고자 신분이라 과기노조에서 지원하는 희생자구제기금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는데 영국 물가가 한국보다 1.5~2배 가량 높고 과기노조에도 해고자가 많이 발생해 노조기금이 빈약한 상태에서 더 이상 생활비를 보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돼 나만 남고 아내와 아이들을 한국에 다시 보낼 것도 신중히 고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죽어도 아빠와 함께 있겠다고 주장해 ‘그럼 한번 고생해 보자’고 결정하고 아내는 퓨전식당, 레스토랑 등에서 일주일에 4일 가량 일하고 나도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일주일에 이틀 가량 일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또 학교에서는 내가 민주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것과 소논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점 등을 인정해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프로젝트를 줘 그것으로 학비를 보충했다. 이 자리를 빌어 투쟁의 어려움 속에서 과기노조가 매달 희생자기금을 보내줘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는 점, 다시 한번 조합원과 간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앞으로 주력할 일은.

= 지금 나는 해고상태다. 화학연구원에서 노조 전임자가 해외 연수를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해고를 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해고무효확인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인데 우선 복직에 주력할 생각이다. 또한 노조운동, 진보정치운동, 사회운동 등이 정책적ㆍ이론적으로 연결고리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과 과학기술 정책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의 연구성과를 정리하면 성장위주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며, 진보적 대안과 경제정책, 사회복지, 사회공공성 강화, 생산성 발전을 연결시키는 이론적 정책을 무기로 활용하여 분배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싶다.

대전 = 김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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