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씨(38)는 타워크레인기사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들기 어려운 무거운 철근이나 목재들을 옮겨주는 일을 하는 그는 공사기간에 따라 고용계약을 맺는 계약직노동자다.

벌써 12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선거일에 투표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관리자는 출근 길에 투표하고 오라고 말은 하지만 타워가 움직이지 않으면 업무 차질이 크기 때문에 다른 현장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투표한다고 늦게 출근할 순 없다.

함께 쉬자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나마 월급을 받는 자신들과 달리 건설일용직들은 쉬면 하루치 일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또 지방근무라도 하게 되면 부재자투표를 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신고와 투표에 이틀이나 걸리기 때문에 이 역시 엄두를 내기 어렵다.

“맘 편안히 투표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투표날 출근을 늦게 해도 일당 손해 없도록 하든가, 투표시간을 늘려 퇴근길에라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하든가. 아니면 모든 노동자가 선거일에는 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구축하든가.

이정희 기자(goforit@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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