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해고할 수 있다.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상 범죄인 경우로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자와 자가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상은 해고의 대상을 규정한 모은행의 단체협약 내용이다. 은행의 사규는 물론 은행권 노
사 대부분의 단체협약에는 이상과 같은 해고규정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이같은 조항
이 생기게 된 것은, 과거 은행원이 거의 공무원이나 다름없이 인식되던 당시 은행측이 사규
등에 공무원들에 대한 규정을 거의 그대로 준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언제든지 노조간부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으로 탈바꿈 할 가능성
이 있어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서 빚
어진 상황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한다. 세종로지점 폭행사건으로 갈등을 빚었던 국민은행
의 경우 이재천 전위원장의 사퇴와 피해자의 고소취하가 동시에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고소가 취하되지 않을 경우 구속을 피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높았던 상황이고 보면, 해고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으리라는 지적이다. 업무방해 등으로 피소된 이후 현재까지 경찰출두
를 않고 있는 김철홍 주택은행지부 위원장의 경우도 대체로 비슷한 맥락. 또한 구속된 이용
득 금융노조위원장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조항의 개정은 해마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늘
상 제기된 문제였으나, 은행측의 입장이 완강하고 다른 현안들에 밀렸던 게 사실"이라며
"노조활동의 발목을 잡는 독소조항이므로, 산별노조의 교섭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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