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단체·기관의 노사 단체협약이 사실상 감독관청의 승인 여부에 따라 좌우되면서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간의 파업 끝에 임단협에 합의한 근로복지공단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노사간 합의사항인 직상급 대우제, 안식휴가제, 근속승진제 등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감독관청인 노동부가 인사, 복무 규정에 속하는 직상급 대우제 등에 대해서 승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복무규정 승인을 요구했지만 미비한 점이 있어 승인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감사원 지적사항인 현재 정액으로 지급하는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을 실근로시간 지급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노조는 "이미 합의한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또 다시 단체협약을 체결하라는 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노조 천성웅 정책국장은 "8일간의 파업 끝에 힘들게 얻어낸 단체협약을 노동부가 지적한 초과근무수당 지급방식 전환 문제와 거래하는 형식으로 승인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노조는 앞으로 노동부 등을 항의 방문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단체협약을 관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가 각각 지난 2000년과 2001년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근속승진제 조항이 보건복지부의 승인 거부로 시행되지 못했으며 고속철도공사노사의 근속승진제 합의 역시 건설교통부의 승인거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해당 사업장노조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에 의해 정상적으로 승진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해달라며 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로, 고속철도공단노조는 1심에서 승소한데 반해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는 1심에서 패해 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

이같이 정부가 감독관청으로서 갖고 있는 인사, 복무규정의 승인권을 이유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단체협약을 승인하지 않고 예산집행을 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속철도공단노조가 제기한 소송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감독관청의 승인 여부가 해당기관과 노조 사이에 유효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에 어떤 영향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덕수 법무법인의 도재형 변호사는 "정부의 승인권 남발은 노사 자치주의와 자주적 교섭권을 침해하고 단협을 형해화시켜 노조가 산하단체 기관장보다는 승인권을 행사하려는 감독관청과 직접 교섭을 원하게 되면서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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