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한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가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성이 3위에 해당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경제지로 정평이 나 있는 포브스의 이런 보도는 한국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외국기업이 투자를 기피한다며 국내 노동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유연화해야 한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을 무색케 하기 때문이다.

* "한국은 가장 자유로운 노동시장 중 하나"

포브스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노동시장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체 조사결과 한국은 OECD 상위 17개 국가들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성이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고용기회(장기실업률 비율) △전 산업에서 노조의 단협 적용범위 △제도적인 해고 용이도 △노사간에 체결하는 약정휴가 일수라는 4가지 항목에 대해 가장 유연한 경우 1점, 가장 경직된 경우 10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총점을 내 순위를 매긴 조사결과(표 참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노동자들보다 사용자측에게 유리한 경제환경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4.55)과 캐나다(11.49)에 이어 13.00으로 3위에 올랐다. 또한 일본, 영국 스위스보다도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가장 경직된 국가로는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등 서구 유럽국가들이 지목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노조 조직률과도 연관을 갖고 있는 단협 적용 범위와 고용기회에 있어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얻었으며 노사간에 약정하는 휴가일수에 있어서도 4점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해고 용이도는 7점으로 10위를 차지해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제도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 노동계 "노동유연화 정책 제고 계기 돼야"

이같은 포브스 보도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사결과는 최근 노무현 당선자의 '해고 자유화' 발언이 얼마나 잘못된 현실인식인지 확인시켜주고 '기업하기 어렵다'는 재계 주장도 얼마나 기만적인지 잘 말해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고용안정을 첫 번째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도 "가장 친자본적인 포브스조차도 이같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정부와 재계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유연화돼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또 해고가 어렵다고 나타난 항목에 대해서도 "노조가 없는 대부분 사업장이나 비정규직들은 해고의 무방비 사태에 놓여 있다"며 "노조 조직률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현실에서는 해고가 훨씬 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총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장기실업률과 노조 가입률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남으로써 총점을 낮춘 것에 불과하다"며 "이 기사를 근거로 한국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하면서도 해고 용이도 항목에 대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해고가 엄격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해고 용이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동계와 재계의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포브스 기사내용은 향후 노동유연화나 노동시간 단축 논의 등에서도 계속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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