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위태로운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뇌종양에 걸린 몽골인 노동자 바초 간볼트(30)는 자신이 일하던 섬유공장 박덕기(52) 사장의 도움으로 건국대 민중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에 있다. 2000년 10월 입국 직후부터 두통에 시달려온 간볼트는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비가 4천여만원에 이른다는 소식을 접한 간볼트는 “고향에 돌아가 죽겠다”며 귀국을 결심했다. 그러나 박씨는 간볼트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박씨 자신도 직원을 감축하고, 전기세가 연체될만큼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1천여만원을 수술비로 내놓았다. 사연을 전해들은 병원쪽도 박 사장이 내놓은 1천여만원만 받고 수술을 해줬다. 간볼트는 “고향에 돌아가면 한국인의 온정을 꼭 전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심장병으로 생명이 위태롭던 방글라데시인 라쥬 데윈(38)도 인하대병원과 이주노동자단체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지난해 11월 심근경색 판정을 받은 데윈은 건강악화로 귀국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인하대병원쪽도 2천여만원의 수술비를 850만원으로 깎아줬고, 이 돈은 한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의 성금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12월31일 수술을 받은 라쥬는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았다.

미얀마인 앙자모(34)는 15일께 대구 가톨릭병원에서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받는다. 가슴통증을 앓아왔던 앙자모에게 무료 수술을 받게 해준 사람은 그가 일하는 회사의 송하균(50) 사장이다. 송 사장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다같은 우리 공장 식구”라며 “앙자모가 하루빨리 건강해져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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