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전국 3.9%의 지지율로 100만표에 육박하는 표를 얻자 아쉬워하면서도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반응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자리잡은 제3당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한데다 진보정당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쌓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을 통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이 예상되는 오는 2004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민주노동당 권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부유세 신설' '군 병력 감축'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등 보수 정치권과 차별되는 공약을 유권자의 뇌리에 심어줌으로써 득표와는 별개인 또 다른 성과를 남겼다.

* 국민들에 진보정당 '진면모' 각인

권 후보는 후보 TV합동토론 중에 한나라당을 '부패 원조당', 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지지도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겼다"며 "비록 높아진 국민적 지지도가 표로 모두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정책이 국민에게 다가선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자평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정책에 대해 그 동안 국민이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이 희석됐다"며 "'무상 의료, 무상 교육'과 '미군 철수' 등으로 대변되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현실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8% 득표는 1인 2투표로 인해 비교적 충성도가 낮은 반면 이번 3.9% 지지는 사표심리를 극복한 것으로 가치는 더욱 크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같은 약진의 배경을 △창당 이후 꾸준히 벌인 대중사업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참신하고 진보적인 정책 개발 △진성 당원 3만2,000여명의 조직력과 자발성 △당내 민주화로 인한 당의 강화 등을 들고 있다.

특히 기존 보수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일반 국민들이 제3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에 호감을 가지면서 당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이 강세일 것이라고 예상한 충남북과 강원도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비교적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영향력이 적은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는 또 노무현 몰표 현상이 벌어진 호남권을 제외하고 수도권, 영남, 충청 강원 등지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율을 보임에 따라 민주노동당이 지역감정에서 자유로운 정당임을 보여줬다.

* 외풍 안타는 지지층 더 확보해야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내심 7%까지 득표율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막판 사표심리가 발동하고 선거 전날 터진 '정몽준 공조 파기 선언'에 따라 권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노무현 후보로 옮겨가면서 이에 미치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막판에 정몽준 대표의 공조파기로 인해 적어도 50만여표는 날아갔다"며 "정 대표의 공조파기는 투표율 저하와 함께 민주노동당 지지층 이탈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3.9%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100만명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호응이 컸던 '부유세 신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정책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따라 선대본 체제를 일상적인 당 체제로 복원시키고 내년 1월 중순 중앙위원회를 열어 향후 당의 활동 방향과 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 결과를 토대로 '유일 선명야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2004년 원내 진출, 2006년 광역단체장 배출, 2007년 당선 가능한 대선 후보 선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