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100만 표에서 조금 못 미치는 95만 7,148표(3.9%)를 얻은 결과를 놓고 노동계에서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며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 "아쉽지만…가능성 봤다"

민주노총 김형탁 정치위원장은 "국민들이 선거 기간에 민주노동당에 보내준 지지, 기대에 비해 표가 적게 나와 아쉬운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 당의 진보적인 정책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분위기 상으로는 현 득표수에 곱하기 2를 한 정도의 결과가 맞다"며 "막판 정몽준 변수, 사표 심리로 표가 적게 나와 아쉽지만 지난 97년 대선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으로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정치 대안임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도 "그동안 정치권은 진보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구조였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마음도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은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주봉희 위원장은 "100만 표 만 얻었다면 좋아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TV토론회에서 권 후보가 나머지 두 후보를 지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진보라는 게 무엇인지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뒀다.
금속산업연맹 조합원들은 선거 결과를 두고 아쉬움을 넘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선거운동 기간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수석부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이 권 후보 표가 이것 밖에 나오지 않았냐며 의아해 했다. 득표 결과에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대선으로 진보정당의 발판을 만들었고 현장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라는 것이 새롭게 살아나는 무형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들도 대체로 "아쉽지만 진보정치의 희망을 보여준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공서비스연맹 최동민 노사대책국장은 "제 3당의 위상에 걸맞는 선거운동으로 국민들에게 많이 각인됐다"며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 차기 원내 진출은 물론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당 박동 국장도 "진보적 성향의 표가 막판 '정몽준 변수'로 3∼4% 정도 노무현 후보에게 간 것 같다"면서 "그래도 100만표 가까이 득표한 것은 대단한 선전이며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렸다"고 말했다.

* 노동계 긴밀 결합·외연확대 등 과제

노동계는 이번 대선 결과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이 3.9%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민주노총 김형탁 정치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은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계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면서 "또 민주노총도 선거 때 '반짝' 정치사업 말고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필요하며 당도 지금까지 민주노총에 일임하는 정치사업에서 탈피, 민주노총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긴밀히 결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연맹 심재옥 정치국장은 "사표 심리로 득표가 좌우되는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뚫기 위해 진보정치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확신을 심어줄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노조 김기준 정치위원장은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내년 상반기 내에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일반대중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더 큰그릇을 만드는 재창당 작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사당 박동 국장도 "이제 진보세력은 대안세력으로 통 큰 연대를 실현해야 하며 정치판은 민주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3당 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dandy@labornews.co.kr)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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