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후보가 TV에 나와서 보수후보들에 맞서 '우리' 이야기를 했다."

대선후보 TV합동토론회 다음날이면 조합원들 입에서는 '우리'라는 말이 떠나지를 않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앞에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말이 붙고 재벌해체, 노동자 경영참여, 무상교육 등 권 후보의 정책도 '우리 얘기'가 된다.

민주노총 산하 단위노조 한 간부는 "멀게만 느껴지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미디어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미 가까이 왔다"며 "TV토론회 이후 현장 조합원들 정서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올해 대선 기간 동안 세 차례 실시된 TV합동토론은 노동자들에게 정치세력화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1차 토론회가 진보후보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다면 2차에서는 정책능력을 보여줬고 3차에서는 보수후보와 권력도 다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학력 20대, 30대와 조직노동자들에게 국한 됐던 권 후보 지지계층이 TV합동토론회를 지켜본 50대, 60대 저소득층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같은 권 후보의 달라진 위상을 지켜보는 노동자들에게 정치세력화에 대한 산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득표여부와 상관없이 대등하게 정책대결을 벌이고 시민들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냄으로써 민주노동당이 이번 TV토론의 최후승자가 됐다"며 "특히 분배를 통한 성장, 참여를 통한 성장이라는 노동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성장제일주의에 길들여져 있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줬다"고 자평했다.

선거운동 현장에서의 변화는 더욱 고무적이다. 민주노총 한 지역본부 간부는 "권 후보에 대한 인지도 상승으로 덩달아 현장 조직률까지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투표참관인 모집에 조합원들이 적극 나서는 데다가 TV를 지켜본 가족들까지 권 후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조합원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노동계 염원인 계급투표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표방지 심리라는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노동자들의 신명을 이끌어 냄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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