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가 노동 및 노사관계 영역에서,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관점에서 이번 대선과 관련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16대 대선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1박2일 동행 취재기를 싣습니다.<편집자 주>


투표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13, 14일 권영길 후보는 충남 아산의 현대자동차 공장, 그리고 경기도 화성의 기아자동차 공장,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과 한라공조, 만도기계 등을 연결한 서해안 '노동벨트'를 집중 공략했다. 또 이날엔 수도권인 인천, 안산, 성남 모란공원 등을 돌며 서민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날이 채 밝기 전인 14일 오전 6시 50분. 권 후보는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 들어서 전날 밤 9시부터 야간 작업에 들어가 피곤에 지친 노동자를 위로하며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했다. 권 후보는 한 사람의 노동자라도 더 직접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의 뛰다시피 자동차 조립 라인을 돌았다.
"노동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 노동 일과표와 맞춰진 오전유세

권 후보는 기름때 묻은 목장갑을 빼지 못해 미안해하는 노동자와 격의 없이 악수를 나눈다.
그는 이어 아침 식사를 위해 쌍용차 직원식당을 찾아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렸다.
식당에서 배식 업무를 하는 한 아주머니는 밝은 표정으로 "권 후보에게 직접 아침을 차려 줄 수 있어 영광"이라며 우유와 빵을 덤으로 줬다.



권영길 후보가 아침 식사를 하는 새 쌍용차노조 간부는 "권 후보가 지금 우리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권 후보를 당선시켜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의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한 노동자는 "권 후보야말로 우리의 대통령 감"이라며 선전을 기원하고 '진보사랑' 배지를 가슴에 달기도 했다.

권 후보는 이어 쌍용차 정문에서 출근하는 노동자와 일일이 악수하며 지원을 호소했고 통근버스 안에서는 권 후보 일행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반기는 노동자도 있었다.

권 후보가 쌍용자동차 공장에 이어 방문한 평택 만도기계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권 후보 일행이 올 때까지 모두 일손을 멈추고 기다렸다.

만도기계 노동자들은 10여명씩 박수와 '노동자 대통령 권영길'을 연호하며 그와 인사를 나눴다. 일부 노동자들은 그를 헹가래치면서 "당선되십시오"을 외치기도 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한 관계자는 "이날이 쉬는 날이어서 조합원이 별로 없다"며 "평소 같았으면 권 후보는 조합원이 (악수한) 손을 놓지 않아서 서울에 못 올라갔을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평택 지역이 울산 다음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분위기가 괜찮아 이번 대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이에 앞서 13일 오전에는 현대차 아산 공장, 기아차 화성 공장 등을 돌며 '노동자 대통령'을 역설했다.
13일 오전 7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출·퇴근(전날 새벽 근무조) 노동자를 대상으로 유세를 벌인 뒤 오전 10시께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합원 200여명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이들은 권 후보가 도착해 차에 내리자 일제히 "노동자 대통령 권영길, 기호 4번 권영길, 민주노동당 권영길"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권 후보의 대형 사진이 공장 중앙에 걸려 있는 '옵티마' 조립 생산라인에 권 후보가 들어서서 유세를 시작하자 조합원 50여명이 '노동자 대통령'을 연호하면서 뒤따르기 시작했다.

또 일부 구간에서는 소형 지게차에 권 후보를 태우고 공장을 순회하면서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 권 후보는 바쁘게 움직이는 노동자들을 한사람, 한사람 손을 잡고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 노점, 영세상인, 외국인 노동자도…

오전 시간을 주로 공단 지역 순회 유세에 집중한 권 후보는 오후엔 주로 안산, 인천, 산본, 성남 모란시장 등 수도권을 돌며 '서민 대통령'을 역설했다.

13일 오후 안산역 앞 유세에서 그는 "강남에 27채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소득이 없다며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부유세는 이런 사람들의 세금을 거둬 서민에게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하자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그의 유세를 지켜보던 한 30대 여성은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릴지 모른다며 '내복'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이어 안산역 인근에서 퇴근하는 시민을 만나고 노점상, 상점 등을 방문했다.

안산역 앞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한 50대 노점상은 "대통령 후보와 직접 악수하는 것은 평생 처음"이라며 "TV토론을 보니 권 후보가 서민 마음은 제일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아미드(22세)씨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외국인 노동자들도 권 후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동암역 앞 권 후보 유세장엔 대우자동차노조 조합원, 시민 등 300여명이 모여들었으며 그가 연설을 마치자 악수를 위해 일제히 권 후보에게 몰려들어 이를 정리하던 수행원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14일 오후 산본역 앞에서 유세를 가진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영세 상인을 위해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만들자고 하니까 보수 정당이 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영세상인을 위한 정책정당 후보인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성남 모란시장 유세에서도 그는 "정부는 IMF 끝났다고 얘기하는데 여기 시장에 계신 분들은 잘 살고 있느냐?"며 "껍데기뿐인 성장이 아닌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연설을 듣던 송 아무개 씨(47)는 "IMF 이후 해고되고 공공근로로 먹고살았는데 이마저 끊어져 살기 힘들다"며 "권 후보가 대통령 되면 나 같은 사람은 먹고살게 해줄 것 같아 지지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14일 오후 보건의료노조 집회에 참석해 명동성당까지 행진한데 이어 이날 오후부터는 광화문에서 열린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에 참여한 뒤 일정을 마쳤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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