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금제도 도입 논의의 초점은 '노후 소득보장'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연구위원은 13일 오후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퇴직금제도 개선 및 기업연금제도 도입방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퇴직금이 이직할 때마다 일시금으로 정산돼 정년 퇴직시점까지 보전되기 어렵고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임금체계의 유연성(연봉제), 미적립 퇴직금 채무에 대한 기업의 재정부담 등으로 현행 퇴직금제도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미흡하다"며 퇴직금제도의 기업연금제도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방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당 평균 퇴직급여 충당금은 55억원 규모로 이중 사외적립은 26억5,000만원으로 45%정도로 추정되나 그나마 과대 추정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97년 당시 임금체불 4,000억원 중 70%이상은 퇴직금 미적립이 주된 원인으로, 기업 도산 등에 의해 직원들이 일시 퇴직할 경우 퇴직금을 지불할 재원이 없어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 연구위원은 기업연금제도 도입시 △노후소득보장체계 내에서의 공사연금의 역할분담 모형 △제도적용의 강제성 여부 및 적용범위 △기업연금제도 형태(확정급여형(DB), 확정갹출형(DC)) △퇴직금의 기업연금으로의 이행 규모 △미적립시스템에서 적립시스템으로의 이행방법 △적정수준의 기업연금 보험료와 연금급여 설정 문제 △연금수급권과 통산성의 확보 문제 △연금기금의 건전성 유지 및 급여보장을 위한 감독 및 규제방안 △세제 정비 등이 신중히 고려돼야 할 사항들이라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지정토론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 제기됐다. 건국대 김원식 교수는 "자칫 주5일 근무제와 같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근로자들이 기업연금으로 인해 손해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지대 김인재 교수는 "기업연금제도는 노사 모두에게 윈윈(win-win)게임"이라며 "다만 DC형의 경우 지급보장률이 낮아지면 미국의 엔론사처럼 퇴직금이 다 날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간에는 노후소득보장 체계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 경총 이호성 사회복지팀장은 "우리나라도 사회보장제도가 계속 구축되면서 퇴직금제도가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며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연금과의 연계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전체노동자에 대한 강제적용, 확정급여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 정길오 정책국장은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기능하려면 전체노동자에 대해 강제 적용되고, 확정갹출형은 노동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주진우 정책국장은 "현행 퇴직금제도의 지급보장 문제는 퇴직보험제도 강화로 해결될 수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심하게 요동치는 걸 고려할 때 기업연금제도는 노후소득보장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기업연금제도를 5명 이상 대상 임의제도로 도입,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 선택 가능 등을 골자로 당초 내년 2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노사정간 입장이 팽팽해 전체적인 입법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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