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지난 3일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산하 조직별로 제각각 지지후보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충남본부가 지난 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자 경기본부 부천지부는 같은날 회원조합 대표자회의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지지를 결의했다. 부산본부는 9일 정치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며,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의 선택을 감안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사무총국측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아닌, 보수정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조직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지역성향의 정치활동을 벌인 것을 극복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독자창당을 결정했음에도 이번 대선에서 지역성향의 정치활동이 되풀이되는 것은 분열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방침을 거스르고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6일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대통령 후보 앞으로 노동현안 문제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보내고 오는 12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각당 후보의 답변서를 산하조직에 발송, 조합원들 스스로 후보를 선택하게 할 계획이지만 각 조직별로 지지후보 선언이 이어질 경우 한국노총의 이런 활동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보통신노련 소속의 민주사회당 지구당 조직책들은 지난 5일 워크숍을 갖고 민주사회당 중심의 정치활동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연맹 정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담당 활동가 양성교육 등 실질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현기환 한국노총 대협본부장은 "민사당이 대선에서 어떤 방침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별로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민사당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당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수습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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