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보궐선거에서 허인 민주연합선본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노총 도시철도연맹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허인 후보(33)는 2,746표(52.56%)를 얻어 도시철도연맹 사무처장 출신의 오창식 후보를 367표차로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결과는 서울지하철 재직 당시 노조의 '투쟁지향적 활동'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직원들이 도시철도로 대거 이동해 온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이른바 '민주파'임을 자임하면서 '투쟁'을 강조해 온 허인 후보를 최종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지금까지 세차례 도전에서 현장조직인 '도시철도민투위' 계열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허인 위원장 당선자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 보인다. 허 당선자는 당선을 확정지은 다음날인 16일부터 '1시간 연장운행'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허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10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뭔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허 당선자는 다음달 9일로 코앞에 닥친 '1시간 연장운행' 대응책 마련은 물론, 이전 집행부가 마무리하지 못한 지정휴무제 도입협상을 끝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또 연이어 2003년 임금협상도 준비해야 한다.
과거 두 차례 선거와 달리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가입' 공약을 내세우지는 않은 데는 이런 사정과 연관이 있다. 노조에 대한 무관심 속에 현안을 놓고 상급단체 변경을 추진하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다. 이후 철도노조, 인천지하철, 서울지하철노조 등과 1시간 연장운행에 공동대응할 대책위를 구성하고 연대활동을 넓힐 방침이다. 허 당선자는 "그동안 도시철도노조는 고립돼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연대활동을 해나가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급단체 문제도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 당선자는 지난 96년 공채로 입사, 그해 10월 분회장에 선출되면서 노조활동을 시작, 그 동안 이전 집행부 활동을 비판하면서 현장조직을 이끌어왔다.
송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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