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가능한가 --- 메인
법원의 노동규제 완화에 대한 문제의식서 출발
사용자 노동법위반에 대한 제재 실효성 위한 심층검토 필요

지금 우리나라 노동법체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서울대 노동법연구회가 16일 오후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연 '노동법의 새로운 과제'라는 주제의 '2002년도 추계학술발표회'에서는 이같은 의문이 제기됐다.

* 징벌적 손배제도 문제제기 배경
울산대 오문완 교수(법학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 노동법에서의 논의 서설'이란 주제발표에서 이를 화두로 던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노동법 영역에서는 사적인 인간의 문제를 형벌로 다루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는 결국 노동법에서의 규제 완화로 연결된다. 95년 헌법재판소는 '미확정된 구제명령 불이행에 대한 처벌조항을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구 노조법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명령을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예가 또 있다. 98년 헌재가 단체협약 위반죄 부분에 대해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모두 단협에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 그러나 이런 결정이 '근로3권 실효성 보장에 기여하기보다는 도리어 소극적으로 후퇴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이런 헌재의 판결을 통해 보호받는 것은 궁극적으로 재산권이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아니며, 또한 논리구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형법정주의라고 하지만 결과는 재산가의 자산보호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규제의 실효성을 갖추면서도 탈형벌화라는 요청에 합치하는 작업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 실효성 위한 심층검토 필요
오 교수의 주장은 결론적으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아직은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로 귀결된다. 오 교수는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우리 법체계와 징벌적 손해배상의 정합성 여부, 미국의 위헌성 심사에서 논의돼온 이중처벌, 과대배상, 적법절차의 문제, 보전적인 일반 손해배상과의 입증책임의 차이 문제, 형벌 대신 혹은 형벌에 더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한국방송대 김엘림 교수(법학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보다 분명히 제기하는 축에 속한다. 김 교수는 "근래 성차별적 해고와 성희롱을 포함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는 남녀고용차별행위에 대한 새로운 제재방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남녀고용차별행위에 대한 현행 벌칙의 법정형이나 실제 양형이 너무 낮은 데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그 적용요건을 엄격히 해 기소나 실형을 부과하는 경우도 적어 벌칙의 예방효과도 적고 법 준수 유도와 근로자 인권보호에 실효성이 적은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여부는 결국 법원이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법원이 노동문제, 특히 고용차별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를 감안할 때 벌칙을 대체할 효과와 실익이 있겠는가에는 회의적"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요건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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