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파업 중인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조합원 500여명이 12, 13일 잇따라 장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가졌다.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한 토론을 벌이긴 모처럼의 일이다.
장기파업으로 인한 '이상조짐'이 감지돼 터놓고 얘기할 자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투입 이후 단 한차례도 진행되지 못한 교섭. 의료원 측이 공식교섭 대신 개별접촉을 시도하는 등 노조를 배제한 채, 사태 해결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자 술렁임이 있었다.
몇몇 조합원들은 배신감으로 가슴에 '못'이 박히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는 "언제까지 파업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안타까움도 쏟아냈다.
조합원 500여명은 현 상황을 아프지만 인정하고 진로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파업 일수보다 더 많은 집회, 목숨을 걸고 시작한 단식농성, "주님은 우릴 버렸다"고 절규하며 끌려갔던 '9·11 경찰투입', 국내 종교재단의 벽을 느껴 떠난 로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명동성당 농성…. 한 조합원은 지난했던 투쟁과정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다고 말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따랐지만 제가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유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570여명이 176일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것 자체가 이 투쟁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합시다."
올 봄부터 시작한 이들의 파업은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바꾸고 있다. 파업으로 이들에게 돌아온 건 구속, 체포영장, 해고, 손해배상 등 감당키 어려운 '탄압'이었다. 그런데도 조합원 570여명은 176일을 '함께' 버텨왔다.
결국 CMC 조합원 570여명은 '투쟁 머리띠'를 풀지 않기로 했다. 또 이후 투쟁방향과 일정을 노조 파업대책본부에 위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조합원은 토론회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절벽 바위틈을 뚫고 자라나는 소나무입니다. 어렵지만 소나무는 자라나고, 그 뿌리로 인해 강한 바위는 갈라지고 말겠지요. '전화위복'이 됐으면 합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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