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고 있으나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모성보호의 확대라는 의의에도 불구, 실제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사용 실적이 저조한 것은 그만큼 제도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산전후 휴가 실적, 목표 13.1%그쳐

지난해 11월 1일 근기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소위 모성보호 3법이 전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산전·후 휴가 기간이 60일에서 90일로 확대됐고, 30일분의 출산휴가 급여는 고용보험과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 육아휴직급여(20만원)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고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육아문제의 남녀 공동책임, 육아비용의 사회분담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실적은 부진하기만 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산전·후 휴가급여는 1만5,966명에게 158억6,400만원, 육아휴직급여는 2,516명에게 17억3,400만원이 각각 지급됐다. 이는 당초 노동부의 목표치인 산전·후 휴가 12만2,000명(예산 1,232억1,200만원), 육아휴직 7만3,000명(357억5,300만원)에 비해 각각 13.1%(예산 1.4%), 3.4%(4.9%)에 지나지 않는 수치. 게다가 육아휴직 신청 남성이 53명(2.1%)에 불과해 남녀 공동육아라는 의의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조한 실적 탓에 내년도 예산안이 대폭 줄어들었다. 노동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산전·후 휴가급여는 일반회계 지원은 한 푼도 없고, 고용보험지원 250억원, 육아휴직급여 270억원(30만원×1만명) 편성이 전부다. 그나마 국회 환노위에서 모성보호의 경우 일반회계 부족분 75억원(2001·2002 잔여액 175억원)을 추가 증액하고, 육아휴직급여 40만원 인상을 의결한 정도이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육아휴직 저조한 이유…'낮은 급여'

이같이 모성보호제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정부와 노동·여성계의 진단은 대략 비슷하다.

우선 현실과 맞지 않는 낮은 급여수준을 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8일 법개정 이후 출산 경험 노동자 중 육아휴직 미사용자가 78.4%에 이르며, 가장 많은 21.1%가 '지원금액이 적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직장 내 눈치'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노총 실태조사에서도 '상사, 동료의 눈치'(16.1%)를 다음으로 꼽을 정도로, 실제 기업내 관행상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대체인력의 부족, 직장복귀 시 '고용불안정' 우려와 깊이 관련돼 있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62.7%가 대체인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또한 출산휴가의 경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에는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지난 29일 토론회에서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퇴직압력 사례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 사업주의 모성보호법 위반도 한몫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노동부에 따르면 1,06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모성보호 이행 실태 지도점검을 한 결과, 671곳(62.9%)에서 1,209건의 법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이런 사정과 관련해 여성노동계는 "모성보호조치는 여성에 대한 특혜조치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유지발전, 그리고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지원조치"라며 "제도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노동 7개 단체는 31일 성명을 통해 "모성보호와 양립지원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업주에 대한 행정지도·감독을 강화해 비정규 및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위해서는 지금의 고용보험 지원방식이 아닌 전액 사회분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이들은 △임신부 야간근로 절대 금지 의무화 △유사산휴가 법제화 △대체인력 시스템 체계화 △배우자 출산휴가·가족간호휴직제도 신설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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