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정 합의로 추진하려던 주5일 근무제가 결국 무산됐다.

노동부는 정부 입법으로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대선 등 정치상황과 경제환경 등을 고려할 때 현 정부내에서의 주5일 근무제 입법화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단독 입법 추진과는 별개로 앞으로 개별 기업 또는 산별 노조차원에서 사용자측과 협상을 통해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이미 주5일 근무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협상경과와 쟁점 =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노사정 합의는 애초부터 쉽게 타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정부내에서도 노동부와 재경부, 산자부, 중소기업청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데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연합회로 대변되는 노사가 워낙 첨예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0년 5월부터 2년 이상 논의되는 과정에서 세부 쟁점에 합의하기 위한 실무협상 등을 수 십차례 열었으나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협상 자체가 중단돼 노사정위가 공전되는 파란도 몇 차례 겪었다. 특히 지난 5월 이후에는 최종 협상 시한이 몇번이나 연기되는 등 노사정위는 파행 운영을 겪었다.

주5일 근무제가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노조와 사용자측의 시각차가 워낙 크다는 점 이외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에 가장 걸림돌이 된 임금보전 방안 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임금보전과 관련, 노사 양측이 임금보전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크게 다르다. 노동계가 임금보전을 명문화하자는 반면 경영계는 명문화는 절대 안된다고 맞섰다. 한마디로 서로를 믿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히든카드’로 정부 중재안을 제시했다. 개정 법률안 부칙에 ‘사용자는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포괄적인 내용을 절충안으로 내세우며 노사를 압박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 전망 및 파장 = 노동부는 지난 해 9월 말 노사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노사정위가 마련한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단독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노동부는 공익위원안을 기본으로 하되 정부의 의견을 추가해 노사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마련, 연내에 입법화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입법안이 과연 노동계와 경영계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고 더욱이 진통없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될 지 의문이다. 더욱이 공익위원안이 노동계에 불리하다는 점도 향후 노사관계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합의 실패에 대한 책임 부문도 논란으로 남는다. 협상의 주체였던 한국노총과 경총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지만 정부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노정(勞政)관계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는 주5일 근무도입 합의 실패와 관련, 총파업도 불사하는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은 협상이 결렬된 후 “더 이상 여기서 구걸하지 않겠다. 투쟁으로 보여주겠다”고 강도 높게 경영계를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주 중에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정부 투쟁 수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고 한국노총 역시 대책회의를 열고 파업 등 다각적인 수단을 통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8·8 재·보궐선거 및 12월 대선투쟁에도 연계한 대정부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으로 있어 주5일 근무제 합의 무산에 따른 노동계의 후폭풍이 향후 상당히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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