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5일 근무가 처음 시작된 지난 6일 아무런 불편이 없을 거라던 은행측 장담과 달리 일반 시민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또 주5일 근무제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토요일에 쉬는 사람과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위화감도 생겨났다. 기업도 주5일 근무가생산성과 직원 사기를 높이는 등 덕을 보는 회사도 있지만 반대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비용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는 회사도 있다.

토요휴무가 사회 전반적인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은행 토요휴무 불편 의외로 커 = 서울에 사는 박 모씨(35)는 은행권의 토요 휴무가 처음 실시된 지난 6일 자동차 등록을 하려다 낭패를 봤다. 그는 비바람을 헤치고 간신히 문을 연 은행을 찾아 등록비용을 찾았지만 막상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등록을 할 수 없었다.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은 은행이 문을 닫아 공채매입, 할인업무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처럼 실제로 불편을 겪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닥쳐올 '어두운'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다는 얘기에 걱정이 앞선다.

낚시광이어서 그렇잖아도 주말에 얼굴보기가 힘든 남편인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남편 못보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날 뿐이라는 탄식이다.

김씨는 "낚시를 좋아하는 가장을 둔 대부분 가정에서 그렇듯이 주말만 되면 한바탕 싫은 소리가 오간다"며 "이제 주5일 근무제까지 실시되면 가족이 함께 보내는 주말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은행도 비용 증가 = 은행들은 주5일 근무제 대가로 영업점들이 임대사무실을 내놓거나 임대료를 더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명동ㆍ대학로 등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역에 있는 은행 지점들이 주말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자 건물주들이 '찬밥' 대접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명동ㆍ대학로ㆍ신촌 등 번화가에 위치한 은행 영업점들은 건물주 눈치를 보며 임대료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명동 A은행영업점은 건물주가 주말에도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식당에 자리를 내주겠다며 은행측과 재계약을 거부해 이사를가게 됐다.

건물 관계자는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1층에 불이 꺼져 있으면 건물 운영이 힘들다"며 "건물주 사이에서 은행 영업점의 인기가예전처럼 높지 않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은 더 힘들어 = 금융권이나 대기업과 달리 자본과 인력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은 회사와 근로자 모두 주 5일 근무제가 달갑지 않다.

경기도 안산시의 중소 금속업체에 근무하는 L모씨는 "누구는 토요일에 쉬고 누구는 일하러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며 "하루 12시간 맞교대를 하는 회사 여건상 주5일 근무를 해도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민이 되기는 사장님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의 중소 제조업체 T사 한 모 사장(40)은 "하루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형편인데 남들은 주5일 근무를 한다고 하니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3D 업종인 제조업의 경우 가뜩이나 심한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실제로 면접 때 주5일 근무를 하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도 많다.

한노총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이를 보완할 만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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