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은행 등 금융업계가 ‘주5일 근무제’ 를 시작한 데 이어 대기업들도 곧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3중고(三重苦)’ 를 겪고 있다.

▽사기 저하〓여건상 주5일 근무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 에 따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의 금형제조업체인 K사에 근무하는 임모씨(32)는 “누구는 토요일에 쉬는데 나는 일하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는 것이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중소기업인 K사의 근로자 이모씨(40)도 “하루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는 회사 여건상 주5일 근무를 해도 실제 근로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그저 주5일 근무제 회사가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저하〓주5일 근무제로 인한 기업주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수성 펜을 제조해 수출하는 P사 김모 사장(40)은 “하루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데 생산직은 물론이고 관리직까지 불만을 갖고 있어 직장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금형제조업체인 T사의 박모 사장(39)도 “하청업체에 불과한 우리는 납기일을 맞추려면 일요일까지 일하는 주7일 근무제도 모자라지만 생산성과직결되는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5일 근무제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금융권의 주5일 근무는 구조조정에 따른 잉여인력 등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것인데 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 우려〓서울 구로공단의 섬유염색업체인 S사 김모 총무부장(50)은 “항상 근로자가 부족한 실정이라 수시로 채용하는데 얼마 전에면접을 보러온 여성이 주5일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냥 가버려 황당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중소기업체 S사 최모 사장(60)은 “외국인까지 고용해도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최근 취업 희망자들을 면접할 때마다 주5일 근무를 할 수 없는 회사 상황을 설명하느라 곤욕을 치른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전문기관인 리크루트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5일 근무를 실시하는 금융과 보험업계의 취업 선호도 순위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2위로 급상승한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은 없나〓현장 근로자나 기업주, 그리고 전문가들은 모두 생산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주5일 근무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대부분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의 처지와 심각한 인력난 등을 고려해 생산성과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비롯한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업종과 종업원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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