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3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각 정당에서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으나 상향식 공천을 이유로 경선이 진행되면서 여성 후보들이 사실상 고사 위기에 빠졌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 17일 마련한 `여성후보, 경선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원홍·김은경 연구원은 “정당법에서 광역의회비례대표제에 여성 50%,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 30% 할당제를 적극 시행하도록 명문화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경선과정에서 여성후보들이 아예 출마를 포기하거나 경선에 도전해도 줄줄이 낙선하는 등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현재 여성부가 파악한 양당의 여성후보 공천 신청과 경선 현황을보면, 민주당의 기초자치단체장 신청자 10명 가운데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는이금라(서울 강동구청장)씨 1명 뿐이고, 이영환(인천 남구청장)씨는 경선없이 추대형식으로 공천이 확정됐다.

공천이 유력시됐던 유승희(민주당 여성국장)씨를비롯한 6명은 경선을 포기하거나 낙선했고 나머지 2명은 경선을 앞두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9명의 신청자 가운데 전상수(부산 남구청장), 허옥경(부산해운대구청장) 2명이 공천됐고 나머지는 경선이 진행중이다.

광역의회 출마 현황을 보면, 민주당에서 52명이 신청해서 5명만 후보로 확정됐을 뿐 8명은 경선탈락, 8명은 출마 포기, 나머지는 경선 중이다. 한나라당은57명의 신청자 가운데 7명이 확정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초의원의 현황은 아직 파악이 안됐으나 경선이 불가피한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출마를 포기하는 여성후보들이 늘고 있다.

이 날 포럼에 참가한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야 여성정치인들은 “이런 추세로 공천이 계속되면 여성의원 비율은 지난 1998년의 광역 14명(2.27%), 기초56명(1.61%)에도 훨씬 못미칠 전망”이라며 정부와 각 당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주제발표자들은 “후보 공천과정에서 정당법 정신에 따른 광역의회의 지역구여성후보 30% 할당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최대50%까지 삭감하는 내용으로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중앙당에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소수자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당에 심의기구를 설치하자”며 “특히 지구당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중앙당에서 선별하는 '후보선출 절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개정된 선거법은 광역의원에 대해 여야정당이 비례대표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지역구는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권장했다. 또 정당법은 지역구의 여성할당 권고를 따르는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추가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한명숙 여성부장관은 지난 18, 19일 민주당 김영배 대표권한대행과 한나라당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을 각각 면담하고 6·13 지자체 후보 경선과정에서 여성후보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고 중앙당에서 정당법과 공약을 지키도록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경선 강행으로 여성후보들의 출마 자체가 원천봉쇄될 상황에 대비해 광역과 기초의회 비례대표공천에서 법에 규정된 50%를 넘어 100% 여성후보를 공천해달라는 여성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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