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올 임금인상 요구율을 12.5%로 발표한데 이어 지난 달 21일 한국노총도 비슷한 수준인 12.3% 요구율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경총은 같은날 4.1%의 임금조정안을 발표, 노사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쟁점토론에서는 올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감소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올해에는 소비 및 투자가 다소 증가하는 가운데 월드컵, 아시안게임 특수 등에 힘입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특히 양대선거에 따른 경제·사회분위기 혼란 등 불안요인이 표출될 경우 올해 역시 저율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 졸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청년실업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고용안정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하에서 고율 임금인상은 청년실업 문제 등 고용불안을 가중시킴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는 만큼 올해 임금인상은 생산성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경영계는 이미 우리의 경제여건과 물가,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자의 임금 및 생산성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002년 적정 임금인상률을 4.1%로 결정한 바 있다.

경총의 적정 임금인상률은 근로자가 상품생산에 기여한 공헌도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는 「(국민경제) 생산성임금제」원리에 의해 산출되었다. 구체적인 적용기준 산식은 실질GDP 성장률(4.1%) +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1.5%) - 취업자증가율(1.5%)이다. 생산성임금제에 의한 임금조정은 노사간 공정한 배분방식일 뿐만 아니라 인플레중립적이다.

이처럼 국민경제생산성을 활용, 적정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은 일본 등 선진외국은 물론 전문가 및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정부도 지난 95, 96년 임금권고안으로 같은 방식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경총은 올해의 임금조정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첫째, 임단협의 조기·일괄 타결을 도모한다. 둘째,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임금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셋째, 연봉제 근로자는 임금조정 가이드라인 적용을 배제한다. 넷째, 고정상여금의 비중을 축소한다로 되어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올해도 역시 12%를 상회하는 고율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요구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표준생계비와 현재임금간의 차이를 보전해 달라는 것으로, 절대 임금수준이 낮았고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크게 하락한 현시점에서 노동계의 요구율은 우리 경제가 부담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연중내내 국제행사 및 양대선거로 인해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법정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구조조정,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 임금교섭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은 물가불안과 고용사정 악화, 수출경쟁력 감퇴, 결과적으로 경제전체에 크나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진리를 우리는 IMF 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노사는 이제 전향적으로 국민경제 생산성과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임금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현안과제인 경기활성화를 위해 합심·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최근 일본 최대의 노조연합단체인 렌고(連合)가 고용안정을 위해 올해 임금동결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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