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회사 노사협상이 파업 나흘째인 28일 새벽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과 국민 생활의 동맥인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회사측은 27일 민노총 대표 등 공공연맹과 단체협상을 벌이는 외에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이호동 발전산업 노조위원장과 별도의 접촉을 가졌으나 밤늦게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여러 단계의 전력공급 대책을 세우고 있다.

■ 민영화 철회 요구하는 노조 〓 임내규(林來圭) 산업자원부 차관은 27일 오후 “전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로 협상의 난항을 알렸다.

핵심 쟁점은 발전산업의 민영화 문제. 민노총 등 공공연맹과 벌이는 단체협상에서는 노조전임자수, 종업원의 고용안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대부분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발전산업노조는 정부가 민영화를 철회하지 않는 한 파업을 풀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민영화 문제는 노사정 및 여야 합의에 따라 2000년 12월 통과된 전력구조개편법에 따른 것으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해 파업이 언제 풀릴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철도 협상이 타결된 27일 오전까지 낙관론이 우세했던 전력노조 협상이난항을 겪는 것은 정부가 노조 내부의 흐름을 잘못 읽었기 때문. 정부는당초 발전산업노조가 민영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노조원들의 실익을 챙길것으로 보고 단체협상이 타결되면 민영화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노조 핵심간부들은 단협이 대부분 합의된 뒤에도 “밥그릇을 논하자는 게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 민영화를 철회하라는 것”이라고주장하고 있다. 민노총 등 상급단체는 명분과 기치를 내걸고, 단위노조는 실익을 챙기는 노동운동의 ‘공식’ 이 무너진 것.

■전력공급 대책 〓 정부와 회사측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28일부터 2조2교대를 3조3교대로 바꾸는 등 단계별 대책에 들어갔다. 평소 1교대 정원은 640여명. 하지만 3조3교대로 운영하면 1교대 인원이 평소의 절반인 390여명으로 줄어든다.

발전시설은 완전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인원이 줄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고장 등이 발생할 때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발전기의 고장 정지율은 연간 급전(給電)시간의 3∼4% 정도.

산업자원부는 핵심 대규모 발전소인 삼천포 태안 하동 당진 보령에 인력을 집중하고, 소규모 발전소에서는 인력을 빼내 예비전력량을 현재의 23%대에서 여름철 기준인 10%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체인력을 늘리기 위해 퇴직자와 한전기공 등 정비업체 인력을 운전요원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등 발전설비 제작·정비업체 16개사에도 협조요청을 해 고장시 긴급복구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상시에는 제한 송전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경우 주택, 일반(상업), 산업용 순으로 전력 공급을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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