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교대 순환근무제도 도입은 이번 철도파업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가시적인성과물로 보인다. 이로서 한국 철도 100여년 동안의 노동방식이었던 24시간맞교대는 사라지게 되었다.

24시간 맞교대 철폐는 해방 이후 줄기차게제기되어온 철도노동자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정부는 일주일 전체 또는 한달전체의 노동시간을 합산한 결과로 노무를 관리해 왔고, 노동시간을 인간의 몸의생리에 맞게 배분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해 왔다.

지난 1988년철도파업 때 기관사들의 투쟁구호는 `경부직통 철폐'였다. `경부직통'이란 서울서부산까지 열차를 몰고온 기관사와 부기관사가 바로 다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열차를몰고가는 방식을 1순환으로 삼는 근무체제였다.

마산에서 열차를 몰고 출발한기관사가 부산~마산~순천~마산을 잇달아 운행하던 `2박3일 직통'도 있었다. 88년파업 때 `직통'은 철폐되었다. 그러나 24시간 맞교대는 계속 유지되어 왔고, 94년파업 때도 철폐되지 않았다.

기관사들은 지금도 개인별 `행로표'에 의해근무하고 있다. 이 행로표는 매일매일의 운행시간과 운행코스를 적은근무일정표인데 날마다의 운행시간이 바뀌고 밤과 낮의 구별이 없이 불규칙하다. 또 추석이나 설 같은 특별수송기간 중에는 별도의 행로표에 따라야 한다. 주5일근무제가 시행되면 주말교통수요가 크게 늘어나 기관사들의 행로표는 더욱복잡해지게 된다.

이번에 합의된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는 공동으로 근무실태를실사해서 2004년까지 3조2교대의 근무를 점차적으로 도입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24시간 맞교대 근무 중에서 근무조는 심야에 둘로 나뉘어 4시간씩근무현장에서 잠을 잤고, 이에 따른 숙사와 식당시설의 문제도 철도노동자들의해묵은 고통이었다. 노사는 이번 합의서에서 구내식당과 숙사의 문제를 개선키로합의했다.

정부의 점진적인 노력으로 기간산업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고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손실과 사회적 갈등을 겪어야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는과정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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