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와 철도청의 노동쟁의 해결에는 교섭을 위임받은 한국노총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면서 교섭을 마무리지은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는 노조 최상급 단체가 단위 또는 산별조직의 교섭을 위임받아 완료한 첫 사례로 기록됐으며, 대규모 쟁의로서는 드문 위임교섭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으로 산업별 노조화 추세와 맞물려 이와 비슷한 공동, 위임교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특별교섭팀의 한 위원은 26일 “위임교섭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 본 경험도 없고, 쟁의 당사자인 노조와 상충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어려움이 잘 극복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철도노조가 불리한 여론 등으로 짧은 협상시한에 몰렸기 때문에 정부의 압박을 덜 받으면서 정치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노총에 교섭을 위임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한 교섭방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위임교섭이 당초부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발전산업, 철도·가스 등 공공부문 노조를 부추겨 강경투쟁을 유도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한국노총은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철도노조 스스로도 얻을 수 있는 사항만 따낸 것일 뿐”이라며 “다만 협상력이 한 수 위인 노총 교섭단이 요구사항 중 버릴 것은 빨리 버리는 등 교착상태의 교섭을 잘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교섭에서 상급단체이기 때문에 단위노조에 더 불리하게 협상이 진행된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노총은 26일 밤 잠정합의문의 민영화 관련 조항에서 “노사는 철도의 공공성을 유지, 강화하고”라고 돼 있는 대목이 청와대 쪽의 거센 반발로 “국가 주요 공공 교통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로 변경되는 데 반발, 한때 교섭을 중단시켰다. 철도노조 조합원들로서는 명분을 위한 선언적 구절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 등 기타 요구사항을 희생시킬 수도 있는 교섭행태였던 셈이다.

발전산업노조의 교섭을 대신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연맹도 교섭을 잘 타결시킬 경우 두 최상급 노조가 동시에 공공부문 연대파업의 위임교섭을 완료하는 초유의 기록도 나올 것이다. 양대 노총의 조직 강화 경쟁이 일조한 기간산업 노조의 파업투쟁이 두 노총의 교섭 대행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파업의 조속한 수습에 기여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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